(시론) 희망의 미래를 만드는 과거청산이어야 한다
2025-11-03 06:00:00 2025-11-03 06:00:00
지난 10월 하순에는 과거 청산 관련한 이슈들이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매일 제기되었던 기간이다. 10월22일에는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유족들을 비롯한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국회 본청에 모여 ‘진실화해법’의 조석한 개정을 촉구하는 대규모 기자회견을 가졌다. 10월25일에는 강제징집·녹화사업 희생자들에 대한 합동 추모제가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렸다. 그리고 10월29일 전후로는 이태원 참사 추모 행사가 계속되었다. 
 
과거 청산 작업은 사실은 과거와 화해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현재와 미래의 희망을 만드는 일이다. 그러기 때문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1조는 “이 법은 항일독립운동,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학살·의문사 사건 등을 조사하여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2005년 12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조사 작업을 벌인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에는 1만건이 넘는 사건이 접수되었고, 1만1175건의 신청을 받아 그 중 8450건에 대해 진실 규명 결정을 내렸고 528건은 진실 규명 불능, 1729건은 각하 처리했다. 2020년 12월부터 이번 달 26일까지 5년 동안 진상조사 작업을 벌이는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2만건도 넘는 사건이 접수되었다. 5년 동안 조사를 했다고 하지만, 사건의 상당수는 위원회 활동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서 조사 착수도 하지 못한 채 3기로 넘겨야 할 상황이다. 
 
그럼에도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는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영숙원 등 강제 수용 복지시설의 문제가 드러났고, 서울시립아동보호소의 불법과 인권유린, 더 나아가 해외 입양의 불법성도 드러났다. ‘애국’이란 이름으로 저지른 더러운 국가폭력의 구조와 연결 고리가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숨죽여 살다가 이제야 비로소 그 억울함을 말하기 시작했고, 국가기구에 의해서 피해가 밝혀지는 중이다. 
 
그러므로 우선 “신속한 법 개정”으로 중단 없는 과거 청산이 진행되어야 한다. 정부 기관의 협조에 기대는 한계를 넘어서 조사 권한이 강화되고, 신고주의가 아니라 직권조사가 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건별로 조사 소위원회를 구성해서 전문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피해자들이 조사 과정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소멸시효를 배제해서 배·보상을 통한 피해 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위원으로 들어와서 조사를 왜곡하는 일을 방지해야 한다. 
 
민주화는 과거 국가폭력의 진실을 규명하고, 국가기관들이 저질렀던 범죄들을 드러내 불법적이고 반인권적인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를 통해 국가폭력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다. 과거의 국가폭력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것이고, 국가를 민주적으로 개조하는 과정이다. 그런 일에 소홀한 결과 12·3 비상계엄과 이태원 참사와 같은 비극이 발생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지만, 피해자들에겐 이런 말도 사치스럽다. 수십 년 동안 눈물 흘리며 가슴을 쥐어 뜯어온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늦었지만 ‘정의’를 세우고, 다시는 과거의 폭력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의 여정이어야 한다. 
 
박래군 4.16재단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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