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내란특검이 지난해 12월4일 12·3 계엄을 해제하기 위한 국회 표결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소속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방해했는지 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당시 윤석열씨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된 추경호·나경원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전망입니다.
7일 내란 특검은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표결할 당시 국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우원식 국회의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앞서 특검은 전날인 6일에는 홍철호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7월15일에는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을, 7월30일에는 김상욱 민주당 의원 등을 참고인으로 조사했습니다. 특검은 이들의 진술을 통해 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 내·외부의 의사결정 정황과 표결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8월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 '계엄 해제 표결' 불참…특검 "누가 방해했나" 추적
내란특검이 특히 주목하는 건 지난해 12월4일 새벽 1시 무렵 국회 본회의장입니다. 전날인 12월3일 밤 10시23분 계엄이 선포되자 민주당 등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했습니다. 그런데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의 의원들은 다수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여의도 당사에 집결한 상태였습니다. 특검은 이런 집단 불참이 자발적인 것이었는지, 아니면 당 지도부 차원의 지시 또는 외압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특검이 7일 우 국회의장을 참고인으로 부른 건 그가 '계엄의 밤' 당시 본회의 상황을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했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우 국회의장은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비상계엄으로 일어난 내란 사태에 대해 헌법과 국민들에게 진상 밝히는 건 역사적으로 꼭 필요한 책임"이라며 "국회는 비상계엄으로 침탈당한 기관이기도 하고, 헌법과 법률의 절차에 따라서 국민과 함께 비상계엄을 해제시킨 기관"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도 당연히 이 자리에 나와서 진실 규명을 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라며 "진술을 통해 비상계엄과 관련돼 있는 법적 또는 정치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박지영 특검보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의 신속한 해제를 위해 당시 국회의장으로서 수행한 역할과 국회 상황에 대한 참고인 조사 중"이라며 "그러나 조경태 의원을 제외하곤 사건과 관련해 일부 참고인들이 협조에 응하지 않아 향후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절차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참고인이 특검의 조사에 응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지만, 그 중에서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분류되는 인물이 향후 피의자로 전환될 경우에도 출석에 불응하면 형사소송법에 따른 절차를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특검은 전날인 6일 홍철호 전 정무수석을 불러선 비상계엄 선포 전후 상황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행적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홍 전 수석은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조사에서도 계엄 선포 전 상황을 진술한 바 있습니다.
특검은 국회 사무처 운영의 책임자인 김민기 국회사무총장에겐 계엄 해제 결의안 상정 당시의 국회 운영 절차와 사무처의 대응 과정, 인적·물적 피해 상황 등을 확인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특검은 김상욱 의원에겐 계엄이 선포됐을 당시는 국민의힘 내부와 당 지도부 분위기 등을 조사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계엄 해제 표결에 찬성표를 던진 건 18명이었는데, 김 의원도 그 가운데 한 명입니다. 이후 김 의원은 민주당으로 당적을 변경했습니다.
내란 특검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표결할 당시 국민의힘의 추경호 원내대표와 나경원 의원이 윤석열씨와 통화한 정황을 확보했다. (사진=뉴시스)
특검, 윤석열-추경호 등 국민의힘 지도부 '통화한 내역' 확보
특검은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표결하기 직전, 윤석열씨가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직접 통화한 정황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윤씨와의 통화가 확인된 인물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 나경원 의원 등입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3일 밤 계엄이 선포되고 이튿날 새벽 국회에서의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윤씨와 한두 차례 통화한 기록이 있습니다. 통화 시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고 당사에 모였던 시간대와 겹칩니다.
특검은 해당 통화가 국회의 표결을 막기 위한 사전 지시였는지 여부를 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추경호 의원은 당시 원내대표로서 의원들의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실질적으로 지시·조율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나경원 의원도 당내 핵심 인사로 자당 의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검은 조만간 두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걸로 예상됩니다.
특히 국민의힘 지도부의 행적이 표결 불참을 지시한 것 외에 국회의 헌법상 의결권 행사를 조직적으로 막으려 한 시도로 확인된다면, 내란공모 및 직권남용 혐의로도 확대될 걸로 보입니다. 특검은 이런 맥락에서 당시 국회 상황을 재구성하기 위해 참고인 조사 대상을 전방위로 넓혀가고 있습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불참한 의원들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살필 예정입니다.
특검은 오는 11일에는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할 계획입니다. 조 의원은 국회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 한 명입니다. 또 윤석열씨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물론 3특검법(내란·김건희·채상병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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