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장안에 화제이다. 마케팅 교수로서 화제성이 있는 컨텐트를 따라가는 것도 수업 준비의 일환이라는 생각에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했다. 원래 나와 같은 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쩌면 스토리에 빠져드는 것보다는 딴생각을 더 하게 되었다. 그 중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요즘은 식상한 것 같아 잘 하지 않는 마케팅 전략 시간의 단골 질문 중 하나이다.
‘19세기 미국 서부 개척 열기를 부추킨 골드러시, 그런데 골드러시로 돈을 번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답은 골드러시에 뛰어들었던 광부들이 아니라, 청바지 장수 또는 채광 장비를 파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마케팅 전략에서는 사업의 전략적 포지셔닝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 전략적 포지션에 따라 재주를 넘는 참가자도 있고,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얻는 참가자도 있기 때문이다.
'케데헌'의 경우, 돈을 번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컨텐트 사업, 더 좁게는 영화산업의 경우에도 제작(제조)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마케팅 시스템이 구축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크게 제조업체의 역할을 하는 제작사와 유통업체의 역할을 하는 배급사가 있다.
일반 상영의 경우에는 소매업체 역할을 하는 극장이 추가적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속성상 OTT 컨텐트인 '케데헌'에는 배급사가 온라인 소매업체의 역할도 담당했다. 제작사는 소니픽처스의 자회사 중 하나인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이라는 곳이다. 이곳은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시리즈를 통해 시장에 존재감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소니라는 브랜드에 걸맞지 않게, 대형 애니메이션 제작사라고 하기는 어려운 곳이다. 배급사인 넷플릭스는 투자, 배급, 상영을 책임지고, 컨텐트에 대한 판권과 IP 일체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사가 판권과 IP를 보유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제작 과정의 속성상 제작 인력을 상시적으로 유지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제작사는 결국 넷플릭스 시리즈의 일반적인 모양과 같이 '케데헌'의 제작사라는 레퍼런스와 제작비 속에 고정 이윤을 챙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결국 '케데헌'이 성공하여 파생되는 판권 사업이 확장될수록, 넷플릭스에 지속적인 사업 기회가 생기는 결과를 갖는다. 아이러니한 것은 일부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한국의 일반 청중, 즉 소비자는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며 미국 회사에 돈을 내고 컨텐트를 소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인터넷을 통해 추가적으로 검색해본 결과, 골드러시로 돈을 번 사람들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리바이 스트라우스, 사무엘 브래넌, 조지 헌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중 조지 헌터는 숙박업을, 사무엘 브래넌은 채광 장비 판매를 그리고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청바지를 팔았던 사람이다.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숙박업은 고정 자산에 대한 투자가 너무 커서 결국 골드러시의 열풍이 가라앉으면 즉각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또 채광 장비 판매는 진입장벽이 낮아 수많은 경쟁자와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신만의 디자인과 상품의 차별화가 가능했던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상표명을 리바이스로 하고, 지금도 글로벌 브랜드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케데헌'의 성공 속에 우리가 한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케이팝이라는 독특한 문화적 장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케이팝 시스템 속에서 훈련받은 가수, 연기자가 역할을 했지만 산업 속의 참가자로서 그 역할은 지극히 제한적이고, 성과 배분의 몫도 적을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러한 사례는 '케데헌'이 처음인 것만은 아니다. 지난 10여년간을 보아도, <겨울왕국>의 노르웨이, <코코>의 멕시코, <라따뚜이>의 프랑스가 있다. 그러나 문화적 요소를 제공한 것만으로 애니메이션 산업이 급속히 발전했다든지 안정적인 수입을 얻게 되는 산업 구조의 변화를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잘 성립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서비스의 문화적 요소와 국적성은 서로 다르다.
'케데헌'을 다시 살펴보면, 캐나다 제작자들이 미국 제작사에 소속되어 미국 OTT 플랫폼의 투자와 배급, 상영을 통해 유통되는 한국적 문화를 밈으로 가지고 있는 서비스 상품인 것이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케데헌'의 성공만으로 우리가 얻는 이익은 그다지 크지 않다. 오히려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 문화적 밈이 상품화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수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에 이제 이러한 글로벌 상품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 이 과정에서의 장벽은 무엇인가를 살펴보아야 하는 시작점에 서 있다. 열광 이상의 숙제가 우리 앞에 놓인 것이다.
이동일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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