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연이은 악재에 순익 급감…긴축경영 장기화
2025-08-18 13:48:38 2025-08-18 17:50:48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카드사들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카드수수료율 인하, 대손비용 증가 등 연이은 악재로 급격히 악화했습니다. 여기에 정부가 6·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카드론까지 제동을 건 상황이어서 카드사들이 당분간 긴축 경영을 이어갈 전망입니다. 
 
경기 침체·수수료 인하·대출 규제 '삼중고'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 상반기 순이익은 1조251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249억원) 대비 약 18%(2720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2466억원으로 전년 동기(3793억원) 대비 35%가량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029780) 순이익은 3628억원에서 3356억원으로 -7%, KB국민카드는 2257억원에서 1813억원으로 약 -30%, 롯데카드는 628억원에서 416억원으로 -34%를 기록했습니다. 중소형사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우리카드 순익은 840억원에서 760억원으로 약 -10%, 하나카드는 1166억원에서 1102억원으로 -6%, 비씨카드는 999억원에서 948억원으로 -5%를 찍었습니다. 현대카드만 유일하게 순이익이 1638억원에서 1655억원으로 1% 증가했습니다. 
 
카드사 순이익에 가장 큰 타격을 준 요인은 카드수수료율 인하입니다.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12월17일 계엄 사태 직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카드수수료율을 0.05~0.10%p 낮추는 방안을 강행했습니다. 이후 지난 2월14일부터 인하된 카드수수료율이 적용되면서 카드사들의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카드사들의 대손충당금 부담도 늘어나 실적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손충당금은 금융사가 회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채권에 대비해 적립하는 금액으로, 규모가 커질수록 당기순이익은 줄어들게 됩니다. 특히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연체가 늘어나면서 부실이 확대됐고, 카드사들은 지난해보다 5~17% 더 많은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카드론이 신용대출 범주에 포함되면서 본격적으로 규제가 시작돼 어려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카드론은 '기타대출'로 분류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등 각종 대출 규제에서 제외돼왔습니다. 6·27 부동산 대책 초기에도 카드론은 기타 대출로 분류됐지만, 금융당국이 지난 7월 카드론을 '연 소득 이내 한도'가 적용되는 '신용대출'로 분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카드론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하반기 카드사 실적에도 압박을 받는 모양새입니다. 
 
여신금융협회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등 카드업계는 정부에 카드론을 신용대출 규제에서 예외로 두어야 한다고 건의했습니다. 카드론은 서민들의 급전 창구 역할을 해왔는데 규제로 한도가 축소될 경우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강력히 규제하려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규제 완화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입니다. 
 
카드업계 관계자 "2월부터 인하된 카드수수료율이 적용되면서 지금 나온 수치는 3~4개월 실적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카드수수료로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에서도 카드 업황에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아 계속 좋지 않을 전망"이라며 "부동산 규제로 카드론 한도도 줄어들어 이자수익도 축소될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긴축경영' 언제까지 
 
카드사들은 규제 강화로 사실상 선택지가 제한된 실정입니다. 신사업이나 대출 규제 완화 기미가 보이지 않자 카드사 스스로 비용을 줄이는 '긴축경영' 방식으로 대응 중입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채용 축소, 희망퇴직, 조직 효율화 등 긴축경영 기조가 장기화할 전망입니다. 
 
신한카드, 국민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지난해 희망퇴직을 단행했습니다. 카드사 입장에서 희망퇴직을 하면 퇴직금과 위로금 지급 등 단기적으로 큰 비용이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 인건비 절감과 조직 유연성 확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에 이어 지난 6월에도 조직 효율화와 희망퇴직을 시행했습니다. 
 
카드사들은 신입 채용을 줄이고 인원이 필요한 부서에 소수 경력직만 뽑고 있습니다. 지난 상반기 전업 카드사 8곳 가운데 신입 공개 채용을 진행한 곳은 현대카드와 비씨카드 두 곳뿐이었습니다. 하반기 채용도 소식이 들릴 때가 됐지만, 아직은 잠잠한 상황입니다. 하반기에 공채를 하더라도 지난해보다 규모를 줄일 것으로 보입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인건비·마케팅비 등 사업비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신입 채용 규모도 줄이고 필요한 인원만 경력으로 채용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당분간 소비자에게 무이자 할부나 혜택이 좋은 카드를 제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카드사가 어려우면 경기 순환도 어려운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카드사들은 경기 침체와 카드수수료율 인하, 6·27 부동산 규제 등 잇따른 악재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해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