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정부와 여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 논의에 착수하면서 지주회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사주 소각은 주당 가치 상승과 주가 저평가를 해소하며 주주에게 기업 이익을 적극적으로 환원한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은 자사주를 매입한 상장사는 일정 기간 후 이를 반드시 소각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3일 국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을 올해 안에 입법 처리할 계획입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사주 소각 관련 3차 상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당내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에서 상당히 논의가 많이 진척된 상태"라며 "국정감사가 끝나면 추진하겠다는 일정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논의도 이번 주부터 착수합니다. 정부는 기존 1·2차 상법 개정에 이어 3차 상법 개정 및 배당소득 분리 과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김현정 의원과 김남근, 민병덕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자사주 소각은 의무화하되, 유예기간과 예외 규정 등에서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여당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처리 방식과 유예기간 등에 대한 이견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실질적인 주당순이익(EPS) 및 주당배당금(DPS)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취득보다는 소각을 호재로 인식, 주가 상승의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의 경우 경영권 방어 및 지배력 확대를 위해 자사주를 활용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이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이나 지배력 확대 논란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룹니다. SK증권에 따르면 지주회사 가운데
샘표(007540)가 29.9%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
티와이홀딩스(363280)(29.8%) △
대웅(003090)(29.7%) △
INVENI(015360)(28.7%) △
네오위즈홀딩스(042420)(28.1%) 순입니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의무 소각 시 지주회사에 대한 리레이팅(재평가)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특성상 자사주를 대주주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했던 부분이 해소되고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보유 자사주에 대한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 지주회사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고 주주환원 확대 여력이 높은 지주회사 중심으로 리레이팅이 기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안이 차례로 통과되면 자본효율성 제고와 시장 신뢰의 상징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2026년에는 주요 지주사들이 평균 1~2% 수준의 소각률을 목표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며, 소각 규모 확대 여부가 지주사별 밸류에이션 차별화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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