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이효진 기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며 정치 재개를 향한 첫 공식 행보에 나섰습니다. 8개월 수감 생활을 마친 후 첫 정치 활동인데요. 앞으로 조 전 대표는 당대표 도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 또는 국회의원 재보궐 출마, 민주당과 합당 결정 등을 통해 중앙 정치 복귀 시나리오의 '밑그림'을 그려 나갈 예정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복귀 후 전국 순회…부산·양산 방문
조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 전 대통령 묘역에 방문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는 이날 오전 추모식에 참석했지만, 조 전 대표는 참모진과 함께 별도로 묘역을 찾았습니다.
조 전 대표는 참배 직후 기자들과 만남에서 "김 전 대통령은 마음속 스승이자 정치적 의미에서 스승이기도 하다"면서 "8개월 수감 생활 중 김 전 대통령이 쓴 책 4권과 번역서 1권을 포함해 5권 읽은 것 같은데, 다시 그분의 생각과 고민을 되돌아봤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묻는 말에 조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윤석열과 단절하지 못하고 비호하는 극우화된 국민의힘을 한 번 더 심판해야 한다"며 "경제적 측면에선 주거, 의료, 돌봄 등 어떤 사회·경제적 개혁을 할 것인가에 대해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날 일정을 시작으로 조 전 대표는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에 기지개를 켜는 모습입니다. 시작은 복당입니다.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조 전 대표의 조국혁신당 복당 절차가 마무리됩니다. 지난해 12월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되며, 피선거권이 박탈돼 당원 자격을 상실한 지 8개월 만입니다.
조 전 대표는 복당 후 이번 주말 고향 부산을 거쳐 양산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날 계획도 공개했습니다. 그는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대표적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로 꼽힙니다. 조 전 대표 사면의 물꼬까지 튼 문 전 대통령과 만남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친문계의 건재함을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조국혁신당도 체제 복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 지도부 임기 단축과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이 거론됩니다. 조 전 대표도 당 대표 선거 출마 의지가 뚜렷합니다. 이날 공개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는 "전당대회가 11월 초 중순쯤 열릴 것으로 예상하며 저는 당대표에 출마할 생각"이라고 직접적인 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사진=공동취재.뉴시스)
서울·부산시장부터 재보선까지…당선되면 존재감 '상승'
조 전 대표는 내년 10월 지방선거 또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의지도 드러냈습니다. 그는 이날 오전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어떤 경우든 내년 6월에 국민에 의한 선택을 구하겠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중 어디에 출마할지는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조 전 대표는 "국민께서 저를 비판하신 부분을 포함해 의견을 이야기하고 정치적 선택을 받아야 한다"며 "정치적 선택을 다시 받고 싶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치권에선 서울·부산시장부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 등을 폭넓게 고려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당 내부에선 지방선거보다는 원내 진입을 우선해야 한다는 기류도 만만치 않습니다. 조 전 대표가 당을 직접 이끌기 위해선 여의도로 복귀하는 게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지역구는 이재명 대통령이 몸담았던 인천 계양을과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충남 아산을 등이 될 전망입니다. 계양을은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조 전 대표가 당선되면 다음 정치 행보가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과 합당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조국혁신당은 지난 재보궐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담양군수를 배출했는데요. 정당 역사상 첫 지자체장이 탄생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이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과 붙었을 때 경쟁력을 발휘한 사례입니다.
조국혁신당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과 합당에 크게 반대하는 인물이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문제는 민주당과 합당 시점인데요. 이 관계자는 지방선거 전 합당 여부에 대한 결단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지방선거에서 국힘의힘에 압승을 거두는 게 공동 목표입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범여권 통합'이 최우선 과제로 꼽힙니다.
이와 관련해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에 "호남에선 여전히 민주당이 기득권"이라며 "호남은 조국혁신당과 우열을 놓고 경쟁하는 지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 시점에 (수도권+영남권 선거 승리를 위해) 범여권 단일 후보 추대를 통해 양당이 합의 구조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민주당과 합당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양당의 합당이 전격 성사된다면 조국혁신당도 이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조 전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 내 비명(비재명)계 연합과 친문계, 기존 조국혁신당 세력 등의 규합을 통해 존재감이 커질 기회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재보궐이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양보로) 조 전 대표가 범여권 단독 후보로 추대될 경우 민주당의 합당 명분이 생긴다"며 "이 시기를 놓치면 (명분이) 약화된다"고 전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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