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크레딧시그널)현대건설, 수주잔고 '튼튼'…수익성은 제자리
플랜트 원가율 98%…미수채권 증가로 현금흐름 악화
막대한 수주잔고에도 PF 우발채무·계열사 실적이 변수
2025-08-22 11:21:17 2025-08-22 11: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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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현대건설(000720)이 올해 상반기에도 막대한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유지했지만,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은 더딘 모습이다. 해외 플랜트 부문의 높은 원가율과 국내 주택 프로젝트 준공 이후 건축 매출 감소, 미수채권 증가로 인한 현금흐름 악화가 겹치며 영업이익률은 1%대에 그쳤다. 여기에 수조원대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와 종속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불안정한 실적까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중장기적 수익성 회복을 위해서는 원가 관리와 현금흐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 본사 전경. (사진=현대건설)
 
22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은 8조4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다. 사우디 아미랄, 이라크 바스라 등 플랜트 부문 매출이 늘었음에도, 둔촌주공·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등 대형 주택 프로젝트 준공 이후 건축 매출이 약 1조원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대규모 원가 재산정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현대건설은 올해 흑자로 전환했지만,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6%로 전년 동기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플랜트 부문의 매출원가율이 98%에 달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전사 수익성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이 진행 중인 국내외 프로젝트에서 미수채권이 늘어나며 운전자본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힐스테이트 시화 라군인테라스, 힐스테이트 더 운정, 베트남 꽝짝 화력발전소 등 주요 현장에서 준공 또는 공정 진행에 따른 미수금이 쌓이며, 올 상반기 잉여현금흐름(FCF)은 –1조원에 달했다.
 
그간 순현금 기조를 이어오던 현대건설은 올 상반기 순차입금 2637억원을 기록하며 순차입 구조로 전환됐다. 다만 약 2조원에 달하는 현금성자산 덕분에 단기적인 유동성 대응력은 우수한 편으로 평가된다.
 
PF 우발채무도 부담 요인이다. 지난해 말 5.6조원 수준이던 PF 우발채무는 올 상반기 4.7조원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규모가 크다. 특히 가양동 CJ부지, 밀레니엄 힐튼호텔 부지 등 서울 내 주요 프로젝트들의 분양성과가 향후 위험 수준을 좌우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대형 기업 및 핵심 임차인 유치, 수요 업종별 공간 특화 등으로 상품성을 개선해 분양률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 개발사업은 오피스·지식산업센터·근린생활시설 등 경기 민감도가 높은 자산으로 구성돼 있어 초기 분양성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한국기업평가)
 
그럼에도 현대건설은 막대한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외형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기준 수주잔고는 64.1조원으로, 잔고 회전율은 약 4배 수준이다. 가양동 CJ복합개발, 개포 6·7단지 재건축 등 대형 도시정비 및 복합개발사업 수주가 매출 기반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포트폴리오 구성상 건축 부문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리스크 요소다. 전체 수주잔고 가운데 건축 부문이 72%를 차지하고 있어 국내 주택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외형과 수익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대건설이 막대한 수주잔고라는 버팀목을 갖고 있지만, 현금흐름 관리와 원가율 안정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중장기적 수익성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편 현대건설의 연결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종속회사 #현대엔지니어링도 여전히 불안 요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사우디 자푸라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며 1.2조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로 인해 현대건설 역시 연결 기준으로 큰 폭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올 상반기 현대엔지니어링은 매출 6.8조원, 영업이익률 3.2%를 기록하며 수익성이 개선된 모습을 보였지만, 안정적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해외 플랜트 부문의 공기 연장과 추가 비용 반영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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