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양 접시에서 배양된 인공 신경세포는 여러 개의 '팔'을 가진 분지된 신경돌기(neurites)를 형성한다. 동일한 신경세포에 FTL1 단백질을 대량으로 생성하도록 공학적으로 설계했을 때, 그들의 신경돌기는 훨씬 단순해졌으며 분지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사진=Nature Aging)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인간의 노화가 가장 잔인하게 드러나는 곳은 뇌입니다. 특히 학습과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hippocampus)는 나이가 들수록 신경세포 연결이 끊어지고 기억력이 흐릿해집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UCSF) 연구진이 이 과정을 되돌릴 수 있는 ‘뇌 노화의 마스터 스위치’ 단백질을 찾아냈습니다. 이 연구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에이징(Nature Aging)>에 8월19일 게재됐습니다.
기억 상실을 되돌린 단백질 ‘FTL1’
연구진은 생쥐의 해마에서 연령에 따라 변하는 단백질을 추적했습니다. 놀랍게도 노화한 개체와 젊은 개체를 구분하는 단백질은 단 하나, FTL1뿐이었습니다. 노령 생쥐는 FTL1 수치가 높았고, 신경세포 간 연결은 약해졌으며 기억력도 크게 떨어졌습니다. 반대로 젊은 생쥐에 FTL1을 과잉 발현시키자 뇌 기능은 급격히 노화한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배양접시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확인됐습니다. FTL1이 많은 신경세포는 여러 개의 '팔'을 가진 분지된 신경돌기(neurites)를 형성하는 정상적인 모양 대신 단순한 ‘한 팔짜리 돌기’만 뻗어내며 퇴행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연구진이 노령 생쥐의 뇌에서 FTL1을 억제하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신경세포 연결이 회복되고, 기억력 테스트에서도 성적이 향상됐습니다. 이 논문의 교신저자인 사울 비예다(Saul Villeda) UCSF 바카르 노화연구소 부소장은 “단순한 지연이 아니라 손상 자체가 되돌려졌다”라며 “노화 뇌 연구에서 보기 드문 ‘역전 현상’을 확인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뇌세포 대사까지 회복…치매 치료 가능성
연구진은 또 FTL1이 뇌세포의 대사를 느려지게 만든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대사 촉진제를 투여하자 이러한 효과는 차단됐습니다. 이는 FTL1 차단이 단순한 증상 완화가 아닌, 근본적인 노화 기전 억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비예다 박사는 “앞으로 FTL1을 겨냥한 약물이 개발된다면, 알츠하이머병이나 기타 인지 저하 질환에서도 노화를 실제로 되돌리는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노화생물학 연구에 있어 매우 희망적인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시몬스재단과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 다수의 기관 지원을 받은 이 연구는 뇌 노화 단백질을 특정해 차단함으로써 기억력을 되살린 최초 사례로 큰 관심을 끕니다. 특히, 향후 인간 임상시험으로 이어질 경우 노인성 치매 연구의 패러다임 전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옵니다. 이번 발견은 “뇌 노화는 돌이킬 수 없다”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것으로, 뇌 노화의 원인 단백질을 차단함으로써 기억과 학습 능력을 되찾을 가능성이 열린 셈입니다.
논문 DOI: https://doi.org/10.1038/s43587-025-00940-z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