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 미세소관 결합 영역과 상호작용에 의한 아밀로이드 베타의 병리학적 특성 변화. (사진=Nature Chemical Biology)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전 세계 치매 환자는 5000만명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약 70%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러나 발병 원인과 진행 메커니즘은 여전히 불명확해,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이 난항을 겪어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의 두 핵심 단백질인 타우(Tau)와 아밀로이드 베타(Aβ)가 실제로 분자 수준에서 직접 ‘대화’하며 독성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KAIST 화학과 임미희 교수 연구팀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이영호 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윤경·임성수 박사와 함께 타우 단백질의 특정 반복 구조가 아밀로이드 베타와 결합해 독성 응집체 형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 성과는 8월2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에 게재되었습니다.
두 단백질, ‘독성 경로’를 바꾸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서 타우 단백질이 얽혀 신경섬유 다발을 형성하고, 아밀로이드 베타가 덩어리져 플라크(노인성 반점)를 만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기존 연구에서는 이 두 단백질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각각 병리 구조물을 만든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연구팀은 타우의 미세소관 결합 반복 구조(K18, R2, R3 등)가 아밀로이드 베타와 직접 결합해 ‘타우–아밀로이드 복합체’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밀로이드 베타는 원래라면 독성이 강한 딱딱한 섬유 형태로 쌓이지만, 타우의 개입으로 상대적으로 무른 구조의 덜 독성 응집체로 전환됐습니다.
특히 이 작용은 아밀로이드 베타가 병을 일으키는 ‘핵 형성 단계’를 지연시키고 응집 속도와 구조적 형태를 동시에 변화시켜, 신경세포의 손상을 유의미하게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밀 분석으로 ‘분자 대화’ 해독
연구팀은 분광학, 질량분석, 핵자기공명(NMR) 등 정밀 분석과 세포 독성 실험을 결합해 이 상호작용을 입체적으로 규명했습니다.
그 결과, 타우 단백질의 반복 구조는 친수성과 소수성의 균형에 따라 아밀로이드 베타와 결합 능력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즉, 타우의 물리적 성질이 아밀로이드 베타의 응집 경로와 독성 수준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임이 분자 수준에서 입증된 것입니다.
이영호 박사(KBSI)는 “이번 성과는 알츠하이머병 발병과 진행을 이해하는 새로운 분자 메커니즘을 제시했다”라며, “치매뿐 아니라 파킨슨병·당뇨병·암 등 단백질 응집이 관여하는 여러 질환 간 연관성을 밝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미희 교수는 “타우가 단순한 병리 단백질이 아니라, 아밀로이드 베타의 독성을 완화하는 적극적 조절자로 작용한다는 것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다양한 신경 퇴행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 표적을 발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치료제와 조기 진단, 새 지평 기대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병태생리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수 있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타우 단백질의 특정 분자 모티프가 아밀로이드 베타의 응집을 제어한다는 사실은 바이오마커 기반 조기 진단 기술과 표적 단백질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 성과가 실제 임상으로 이어진다면,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은 물론 치매 치료제 시장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논문 DOI: 10.1038/s41589-025-01987-0
(왼쪽부터) 화학과 임미희 교수, 김민근 박사, KBSI 이영호 박사. (사진=KAIST)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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