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 팔 수 있을까…금융지주만 바라보는 사모펀드
2025-09-05 15:55:34 2025-09-05 16:34:48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대주주로 둔 2금융권 금융사들이 M&A(인수·합병) 시장 매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만 업황 불황에 고평가 논란을 받으면서 매각 작업이 순탄지 않은데요. 자본력을 갖추고 있으는 금융지주사로 선택지가 좁혀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금융지주에 롯데손보 인수 '러브콜'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인수한 카드사와 보험사는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 3곳입니다. 롯데카드는 2019년 10월에 MBK파트너스에 인수됐으며, 같은 시기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에 인수됐습니다. MG손보는 2020년 4월에 JC파트너스에 귀속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사모펀드들은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보유한 금융사를 인수해 보통 3~5년간, 길게는 7년까지 경영하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다시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인수 자금으로 끌어온 펀드 만기와 함께 유동성을 회수해야 하므로 이러한 분기점을 넘기면 더 이상 보유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롯데카드와 롯데·MG손보는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쥐고 있으며, 이들은 지난해부터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재매각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투자 6년 차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차익 실현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5월 초부터 롯데카드 잠재 인수 후보로 지목된 KB·하나·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와 BNK·DGB 등 지방 금융지주에까지 티저레터(투자안내서)를 발송했습니다. 매각가는 2조원대 중반으로 제시했으나, 인수 후보자들은 내부 검토에 머무를 뿐 본격적인 인수 의사를 비춘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매각을 추진하는 롯데손보와 MG손해보험에 대해선 아직까지 티저레터 발송 상황과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선 롯데카드와 마찬가지로 금융지주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사업자들에 제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카드업권과 보험업권의 장기 저성장 상황과 역마진이 우려되는 재무건전성 악화 등으로 마땅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도 국내 금융산업 구조상 매입 자금과 향후 증자 계획 등 자금조달까지 감당이 가능한 곳은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금융지주 외에는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사모펀드는 인수 이후 단기간 내 대규모 구조조정 등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기업가치를 높인 뒤 매각을 시도합니다. 이는 경기 민감도가 높고 장기적인 자본투자와 건전성 관리가 필수적인 2금융권의 경영 전략과는 상충됩니다. 자본 확충이나 장기 리스크 관리 능력이 부족해 안정 경영을 보여주기 힘들다는 한계는 이전부터 지적돼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사모펀드들이 들고 있는 카드·보험 매물의 종착지는 금융지주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앞서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사모펀드에서 우리금융 인수 대상으로 거론됐던 전례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다양한 금융업을 포괄하는 금융지주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고, 규제 대응이나 자본조달 능력에서도 독자 생존이 어렵던 보험·카드사에 자금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시장 불안에 공격적 확장 난색"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보유한 보험사는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보강하거나 증자를 통해 숨통을 틔울 수는 있지만, 장기적 경영 안정성은 담보하기 어렵다"며 "결국 금융지주 산하로 편입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매각 물망에 오른 금융사들은 내심 금융지주에 인수되기를 희망하는 눈치"라며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감안하더라도 훨씬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지주로의 매각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추구하는 기조도 금융지주로의 매각에 힘이 실리는 배경으로 지목됩니다. 실제 금융지주들은 보험사, 카드사, 캐피탈, 증권사 등 2금융권 기업을 적극 인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비이자이익 확대와 시너지 효과 창출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금융지주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적극적인 이유에는 최근 금융산업 구조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국내 성장에 정점을 찍은 은행 중심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수익원을 다변화하려는 전략 때문입니다. 또 금융지주가 아닌 다른 사모펀드나 비금융권 투자자도 2금융권 매물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매수 의지를 가진 금융지주가 제한적이란 점입니다. 성장성 둔화와 타 업권과의 경쟁 심화, 인수 이후 자본확충 부담 확대 등을 감당하며 인수에 나서기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최근 금융지주들은 우리금융을 제외하고 선뜻 인수에 나서지 않는 탓에 매각이 지연되거나 가격에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거래 성사 여부는 금융지주의 인수 전략과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는 모양새입니다. 
 
금융권 M&A 전문가는 "지주사 입장에서도 인수 후 구조조정과 자본 투입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데, 현재 금융 환경에서는 공격적인 확장을 택하기 어렵다"며 "사모펀드들이 기대하는 시각과 금융지주의 현실적 평가 사이에는 괴리가 존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사옥. (사진=각 사)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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