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뉴스토마토 강영관 기자] 신혼 시절 서울 변두리 오래된 시영아파트를 선택한 건 순전히 오래된 나무들 때문이었다. 집은 낡고 좁았지만, 단지 내 나무들이 마음을 끌었다. 단지를 빙 두른 키 큰 나무들, 중앙에 우뚝 선 아름드리 나무들은 마치 도심 속 숲 같았다.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져 굳이 여의도 윤중로를 찾을 필요가 없었고, 여름이면 짙은 녹음이 햇살을 막아주었다. 가을이면 단풍이 불타오르듯 단지를 물들이고, 겨울이면 눈꽃이 소복이 피어 하얀 풍경을 선물했다.
아파트와 나무는 함께 세월을 먹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집은 점점 낡아갔지만, 그와 동시에 나무들은 가지를 뻗고 뿌리를 깊게 내리며 단지의 중요한 일부가 됐다. 아이들은 계절마다 달라지는 나무 풍경을 배경 삼아 뛰놀았고, 주민들은 그늘 아래서 휴식을 취했다. 나무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였고, 서로를 공유하는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됐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태어나고 유년기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