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구형 메모리 더블데이터레이트(DDR)4가 신제품 DDR5보다 비싸게 팔리는 ‘역주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상반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대만 기업들은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등 역주행에 적극적으로 편승하는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신제품 양산에 주력하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DDR4 수요 급증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연내 생산 중단이라는 당초 계획은 수정했지만, 현재의 DDR4 수요 증가세가 일시적 쏠림 현상으로 판단하고 DDR5 양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DDR4. (사진=삼성전자)
최근 대만 반도체 업계는 DDR4 생산을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난야테크놀로지’는 DDR4 케파(생산능력)를 50% 확대했고, ‘윈본드’도 생산라인 증설에 착수했습니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난야테크놀로지와 윈본드는 지난 2분기 D램 매출 순위에서 각각 4·5위를 기록한 반도체 기업입니다. DDR4는 대표적인 구형 D램 제품인데, 주로 PC에 탑재되고 있습니다.
당초 차세대 D램인 DDR5에 비해 가격이 크게 낮았지만, 최근 글로벌 메모리 기업들이 DDR4 생산 감축을 줄이고, PC 제조기업들의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지난달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46.2% 상승한 5.7달러로 집계됐습니다. 범용 D램의 가격 상승은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다섯 달 연속 오름세로 이어지는 상태입니다.
대만 기업들의 DDR4 공급 확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주요 D램 제조사들이 DDR5로 전환하면서 생긴 DDR4 시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난야테크놀로지와 윈본드의 2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각각 56%, 24.9% 증가했습니다.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DDR4 생산을 중단하면서 대만 제조사들이 반사이익을 누렸고, 생산라인 확대로 이어진 것입니다.
DDR4. (사진=SK하이닉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DR4 생산라인 확대에 유보적입니다. 당초 연내로 정한 생산 중단 시한을 내년까지로 늘리면서도 대만 기업처럼 공세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습니다. 대신 신제품 전환에 집중하겠다는 것입니다. SK하이닉스 측은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DDR4 증산 계획은 장기 지원이 필요한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물량을 합의한 수준에서 지속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DR5에 집중하는 것은 현재 DDR4 수요가 높다고 해도, 시간이 흐를수록 신제품으로 전환하는 고객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 기인합니다. DDR4의 호조가 신제품 출시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제품과 공정이 나오면 신제품으로 전환하는 게 당연한 흐름”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DDR4는 자연스럽게 페이드 아웃(Fade Out·점점 희미해지다)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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