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챗GPT 누가,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나
오픈AI 연구팀, 챗GPT 이용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 결과 발표
2025-09-17 09:43:59 2025-09-17 14:08:49
챗GPT가 만든 오픈AI 보고서 이미지.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현지 시간 9월15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오픈AI(OpenAI)는 자체 연구진이 작성한 흥미로운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제목은 ‘챗GPT를 어떻게 쓰고 있나(How People Use ChatGPT)’. 내용은 제목 그대로 세상 사람들이 챗GPT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포괄적으로 분석한 결과입니다. 
 
이 보고서는, 2024년 5월부터 2025년 6월까지의 챗GPT 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에 챗GPT 사용자 수와 메시지 전송량은 빠르게 증가해 2025년 7월에는 메시지 전송이 1주일에 180억건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사용자 수는 전 세계 성인 인구의 약 10퍼센트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단순히 사용자와 트래픽의 양적인 측면만 조사한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사용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100만여건의 채팅을 분석했습니다. 오픈AI는 이번 연구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AI를 사용하여 인간 연구자들이 개별적인 대화를 읽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 침해를 완벽하게 피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AI 챗봇 사용에 대한 일종의 메타 데이터로 ‘AI의 실제 쓰임새’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업무용에서 비업무용으로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챗GPT의 비업무용 사용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4년 초만 하더라도 전체 대화 가운데 업무와 비업무 비중이 균형을 이루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업무 관련 대화(non-work-related conversations)가 전체의 70%를 넘는 수준으로 커졌습니다. 즉, 사람들이 챗GPT를 주로 업무와 관련된 목적보다는 개인적인 목적의 정보 탐색 등 비업무적 용도로 더 자주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업무를 위한 사용도 증가하고 있지만 비업무적인 대화의 증가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입니다. 오픈AI 연구진은 이런 현상을 두고 “AI가 생산성을 위한 도구일 뿐 아니라, 개인적 탐색과 소통의 창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다시 말해 ‘일 잘하는 비서’였던 AI 챗봇이 이제는 개인적 관심사와 문제에 대해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조언자나 상담자 같은 존재로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용적인 정보 제공자이자 글쓰기 도우미
 
오픈AI 보고서는 연구 대상으로 삼은 100만건 이상의 채팅을 7가지 범주로 분류했습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실용적인 조언(practical guidance)’으로, 전체 채팅의 28.3퍼센트를 차지했습니다. 예를 들어 “열흘 동안 일본을 여행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여정은?” 같은 질문, “카르보나라 스파게티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달라” 같은 요청입니다. 즉 사용자들은 챗GPT를 거대한 백과사전이나 일상생활의 도우미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번째로 많은 것은 글쓰기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28.1퍼센트를 차지했습니다. 챗GPT에 주어진 가장 인기 있는 글쓰기 과제는 편집이나 텍스트 비평이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개인적인 메시지 작성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친구에게 보낼 이메일 문장을 다듬어달라”는 것과 같이 이메일이나 소셜 미디어 게시물 작성을 돕는 것도 포함됩니다. 
 
세 번째로 많은 사용 사례는 전체 대화의 21.3퍼센트를 차지한 정보 검색이었습니다. 오픈AI 연구자들은 “AI를 통한 정보 검색이 구글 같은 웹 검색을 많이 대체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오픈AI의 연구에 따르면, 정보 검색 카테고리에는 사용자가 ‘구매하려는 상품’에 대해 질문하는 것도 포함되었습니다. 이런 질문들은 챗GPT에 광고가 게재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같은 기술적인 분야에서의 이용은 예상보다 작게 나타났습니다. 100만여건의 대화에서 기술적인 조언을 요구하는 대화는 7.5퍼센트였으며 특히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대화는 전체의 4.2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그 밖에 자신의 감정, 관계, 자기 성찰, 인간관계 조언 등 자신을 드러내는 대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았습니다. 
 
대화에 나타난 지시어의 유형에 대한 보고도 있는데, 대부분은 단순한 질문, 즉 정보를 묻는 ‘묻기(asking)’에 속했습니다. 두 번째로 많은 유형은 글쓰기나 번역, 요약처럼 실제 작업을 부탁하는 ‘하기(doing)’입니다. 감정을 공유하거나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표현하기(expressing)’는 매우 적었습니다. 
 
이는 챗GPT가 아직까지는 개인의 내밀한 감정을 공유하는 친구라기보다는, 무언가를 알려주거나 대신 해주는 ‘똑똑한 도구’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여성 이용자 비중 크게 높아져
 
이번 보고서는 단순히 대화의 내용뿐 아니라 사용자의 특성도 함께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흥미로운 변화들이 드러났습니다. 
 
AI 등장 초기에는 남성 사용자가 여성 사용자들보다 훨씬 더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남녀 격차는 빠르게 줄었고, 최근에는 여성 사용자의 비율이 남성을 따라잡거나 오히려 앞서는 지역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대로 보면 18세에서 25세 사이의 젊은 층이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학력에 따른 차이도 있었습니다. 고학력자와 전문직 종사자는 주로 업무 목적에 챗GPT를 활용하는 반면, 일반 사용자들은 여가와 일상적 질문에 더 많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저소득 국가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인터넷 접근성이 향상된 덕분에 인공지능이 선진국 위주에서 점차 전 세계로 확산하는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오픈AI 연구진은 이를 “기술 접근성의 민주화가 실제 데이터로 확인된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혁신적 실험 대상에서 생산적 도구로
 
이번 오픈AI 보고서는 챗GPT 사용이 단순한 취미나 여가를 넘어, 실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지식 집약적 직업에서의 결정 지원(decision support) 기능이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예컨대, 업무를 계획하거나, 문서 작성, 정보 요약, 조사, 아이디어 정리 등에 챗GPT를 사용함으로써 시간과 노력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 챗봇은 ‘혁신적인 실험’의 대상이었습니다. 이제는 수억 명이 매일 사용하는 생활 도구가 됐습니다. 오픈AI의 보고서는 이 변화를 수치와 사례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챗GPT와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은 더 정교해지고, 더 넓은 언어와 문화권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앞으로 그 영향력은 더 커질 것입니다. 
 
논문: www.nber.org/papers/w34255
 
오픈AI CEO 샘 알트먼. (사진=Wikipedia)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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