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당뇨병 환자 절반, 앓고 있는지조차 몰라"
전 세계 당뇨 환자 44%는 '무진단 상태'
식습관 서구화된 20~40대, 무증상이라도 검사 받아야
2025-09-17 09:33:09 2025-09-17 14:00:10
당뇨병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영향을 미친다. (사진=미국 NIH)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세계 당뇨 환자의 거의 절반이 자신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 주도의 국제 공동 연구팀은 2000~2023년 사이 204개국·지역의 당뇨 관리 실태를 조사해 9월8일 학술지 <랜싯 당뇨병·내분비학(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 발표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5세 이상 당뇨 환자의 44%가 미진단 상태였습니다. 특히 20~30대 청년층에서 이러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장기간 혈당이 조절되지 않아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연구를 이끈 IHME 로린 스태퍼드(Lauryn Stafford) 연구원는 “2050년에는 전 세계 당뇨 인구가 13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질병을 인지하지 못한 채 방치된다면 ‘조용한 팬데믹’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치료 중이어도 혈당 관리 ‘제대로’는 5명 중 1명뿐
 
진단을 받은 환자 중 91%는 약물 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혈당을 목표 수준으로 관리하는 환자는 그 중 42%에 불과했습니다. 전체 환자로 보면 단 21%만이 최적 혈당 관리에 도달했다는 뜻입니다. 
 
지역별 격차도 컸습니다. 고소득 북미는 진단율이 가장 높았고, 아시아·태평양 고소득 국가는 치료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남미 남부 지역은 치료 중인 환자에서 혈당 조절이 가장 잘 이뤄졌습니다. 반면 중앙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진단율이 20% 이하로 떨어져 관리 공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뇨는 장기 손상과 심혈관 질환, 신부전, 시력 상실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당뇨병이 눈, 신장, 신경, 심장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당뇨병은 신체의 다른 많은 부분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당뇨병은 특정 형태의 치매 위험을 두 배로 증가시킨다. 또한 당뇨병은 전반적인 암 발병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특정 암 종류의 발병 위험도 증가시킨다”라고 경고합니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혈당 조절이 합병증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연구 결과는 세계적으로 ‘치료의 질’이 여전히 미흡함을 드러냅니다. 
 
조기 발견·치료 위한 ‘전 세계적 스크리닝’ 절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22년 ‘2030년까지 당뇨 환자의 80%를 진단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번 연구는 목표 달성의 난관을 보여줍니다. 특히 저·중소득국가의 의료 인프라와 비용 문제는 조기 진단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힙니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 선별검사 확대 ▲혈당 측정 기기 및 인슐린 등 치료제 접근성 강화 ▲생활습관 교정 지원 프로그램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대한당뇨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당뇨 환자는 이미 600만명을 넘어섰으며, 잠재적 당뇨 전 단계까지 합치면 1000만명을 넘습니다. 특히 30~40대에서 진단을 받지 못한 채 생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조기검진 강화가 절실합니다. 
 
“무증상이라도 정기 검진 필수”
 
당뇨병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방치되기 쉽습니다. 전문가들은 “가족력이나 비만, 고혈압이 있는 경우 무증상이라도 1~2년에 한 번은 공복혈당 검사를 권한다”며 “젊다고 안심하지 말고, 특히 식습관이 서구화된 20~40대는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생활습관 개선도 필수입니다. ▲균형 잡힌 식단과 당분·가공식품 제한 ▲주 3회 이상 30분 이상 운동 ▲체중 관리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강력한 예방 수단입니다. 
 
이번 연구는 ‘당뇨 관리 사슬(cascade of care)’ 전 단계에서 구조적 결핍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특히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조기 검진 강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과 더불어 개인 건강 검진에도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습니다. 
 
논문 DOI: 10.1016/S2213-8587(25)00217-7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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