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자영업자가 보증서를 기반으로 빌리는 대출금리보다 높은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 대출은 연체율이 높은 만큼 은행 건전성 악화가 우려됩니다.
1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금리는 계속 내려가는 반면 주담대 금리는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7월 기준 신규 취급액 기준 분할상환 방식 주담대 금리 현황을 보면 3.97~4.14%로 평균 금리 4.06%를 보였습니다. 이는 지난 5월 평균 금리 3.92% 대비 올라간 것으로 3.79~4.06%에서 금리 상단과 하단 모두 0.07%p, 0.18%p씩 올라간 수준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금리는 지속 인하했습니다. 5대 은행 개인사업자 평균 대출금리는 4.45%에서 지난 7월 3.95%로 3%대에 진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주담대 금리보다 자영업자 대출금리가 높은 현상은 올 들어 새롭게 나타난 현상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까지 주담대 금리는 자영업자 대출 평균 금리에 비해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2월만 보더라도 5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4.28~4.55%였는데 같은 기간 자영업자 대출금리는 4.65~5.12%로 더 높았습니다.
은행들은 이런 현상이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와 관련있다는 입장입니다. 대출금리는 통상 준거금리가 되는 금융채 5년물 등 시장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출하는데, 이에 따라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내려가는 시기에는 자연스럽게 대출금리도 내려갑니다. 최근 시중은행 주담대를 포함한 변동형 상품 금리를 산정할 때 준거 금리가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11개월 연속 하락하며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통상 주담대는 담보물인 주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일반 신용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며 이로 인해 금리가 더 낮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과도한 대출 규제로 인해 금융 시스템 전반이 붕괴되고 있다는 게 은행의 시각입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대출 금리를 압박하면서 은행들은 주담대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사업자 대출 금리는 낮게 조정하고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연체율은 계속 폭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자영업자 대출 평균 연체율은 0.67%로 지난해 말(0.48%)보다 0.19%p나 상승했습니다. 5대 은행 중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곳도 있었습니다.
단순 연체율 문제만도 아닙니다. 주담대는 담보물이 있기 때문에 부실이 발생해도 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자영업자 대출은 부실이 발생하면 고스란히 은행이 부담을 떠안습니다. 주담대 금리가 자영업자 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게 정상인 이유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 대출금리는 금리 인하 기조에 맞춰 내려갔으나 주담대 등 가계대출의 경우 대출 수요가 폭증하고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당국 방침에 따라 움직이지 못한 것"이라며 "다만 자영업자 대출이나 기업 대출에 대해서는 당국이 별도의 관리를 하지 않아 자연스레 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자영업자가 보증서를 기반으로 빌리는 대출금리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 대출은 연체율이 높은 만큼 되레 은행 건전성 악화 등 리스크 관리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진은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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