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KT CEO 하마평도…"'통신 주권' 지킬 리더십 필요"
AI·클라우드 앞세워 체질 변화 나섰지만…해킹에 뒷걸음
"통신 본령으로 돌아가야" 목소리 거세져
차기 CEO 하마평 무성…KT, 통신 주권 지킬 리더십 찾아야
2025-10-13 17:02:00 2025-10-14 02:57:21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2020년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2024년 '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AICT)'을 기치로 내걸며 체질 변화를 시도했던 KT(030200)가 다시 정체성의 기로에 섰습니다. 지난달 초 수면 위로 드러난 해킹 사태로 보안 근본이 흔들리면서 체질변화보다 오히려 '통신의 기본기' 복원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 김영섭 대표의 연임 여부를 가늠해볼 시점과 맞물리면서 KT의 체질을 다시 설계할 차기 최고경영자(CEO) 자격 요건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입니다. 
 
KT는 인공지능(AI) 산업 초창기부터 디지털 전환(DX)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해왔습니다. 통신망 기반에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ICT 기술을 융합한 사업 모델을 구축했고, 금융·콘텐츠·부동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통신을 넘어선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해킹 사태로 KT의 근본 체력인 통신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개인정보 유출과 무단 결제 피해 등이 확산되며 보안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고, 기술 신뢰가 크게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전환의 속도보다 통신 기업 본연의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입니다.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이런 상황에서 차기 CEO에게 요구되는 조건은 단순한 실적이 아니라 '국가 통신망을 안정적으로 지켜낼 역량'으로 좁혀지고 있습니다. 전직 KT 임원은 "AI와 데이터, 클라우드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KT의 존재 이유는 결국 안정적인 통신망에 있다"며 "기술적 체질 개선 이전에 기본적인 관리 역량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KT CEO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로는 KTH 부사장 출신인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을 비롯해 지난 KT 대표 공모 당시 물망에 올랐던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 KT 대표 공모에 나섰던 전직 KT 출신들이 거론됩니다. 
 
KT 전직 고위 관계자는 "내부 출신이 KT를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회사를 경영해본 경험이 있고, 복합산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있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며 "다만 KT가 통신을 기반으로 금융, 미디어, 부동산 등 사업을 확장했고, 최근 통신 근간이 흔드는 문제도 지적됐던 만큼 통신산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필수 요소로 꼽힌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KT가 1981년 한국통신공사로 출발해 한국의 유무선 전화, 초고속인터넷, 이동통신망 등 국가 통신 인프라의 근간을 세웠던 점을 감안, 통신 주권에 대한 이해도 역시 차기 CEO의 핵심 자질로 꼽힙니다. KT 임원을 지낸 다른 관계자는 "민영화가 됐지만 공공성과 시장성을 함께 지닌 국가 기반 통신사로서 KT는 여전히 책임을 가지고 있다"며 "차기 CEO는 단순히 경영 성과를 내는 수준을 넘어 국가 통신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통신 주권을 수호할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김영섭 대표 시절 이뤄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업무협약 체결로 국가망의 외국산 종속 이슈까지 불거지고 있어 통신 주권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KT는 MS와 5년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는데, 국가 핵심망 또는 공공·금융 부문의 데이터가 MS 또는 외국 클라우드 인프라에 의존하게 되면 국내 통제와 관리 범위가 제한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영섭 KT 대표(오른쪽)와 사티아 나델리 마이크로소프트 CEO 겸 이사회 의장이 2024년 9월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KT)
 
일각에선 정권에 빚이 없는 인물이 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습니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김영섭 대표가) 김건희 낙하산으로 왔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상황이고, 김현 민주당 의원도 "KT가 윤석열정부, 그 이전 정부의 로비 창구로 전락했다"고 평가한 바 있는데요. 복수의 전·현직 KT 고위 관계자들은 전 정권에서 임명된 김영섭 대표가 KT 자산인 호텔을 매각하려던 것, 알짜 자회사를 매각한 것, 미래 사업인 디지털헬스케어를 접은 것 등이 모두 정권형 인사였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 지적하고 있습니다. 보은에 대한 목적으로 회사 자산 팔기에 나섰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입니다. KT 전직 관계자는 "민영화됐음에도 공공적 성격이 강하기에 정부와 조율 능력이 필요하지만, 보은의 목적으로 KT의 가치를 낮추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