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0월 14일 17:4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은행권의 공적 역할이 강화되면서 산업 성장 지원을 위한 투·융자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기존의 이자수익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투자은행(IB) 부문을 확대하며 수익 기반 다변화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지정한 10대 첨단전략산업에 초점을 맞춰 미래산업 성장과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구상이다. <IB토마토>는 주요 은행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비교해 각사의 전략과 방향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국민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경영참여 목적 출자 비중이 가장 크다. 무려 300곳이 넘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부실기업이다. 대출 회수가 어려운 경우 통상적으로 지분을 취득하는 탓이다. 단순 투자 유형도 펀드를 통한 투자가 많았다.
(사진=국민은행)
경영참여 목적 투자 ‘압도적’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국민은행이 경영참여 목적으로 출자한 회사 수는 302개다. 이 중 상장사가 8곳, 비상장사는 295곳이다.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 중에서 가장 많다.
차이도 크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이 11곳, 우리은행이 12곳, 하나은행이 217곳이다. 신한은행은 대성문화콘텐츠투자조합, 우리은행은 케이뱅크를 제외하면 모두 자회사인 해외 법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공시 대상 기업이 타법인에 출자한 경우 보유목적에 따라 경영참여, 단순투자, 일반투자로 구분해 기재한다.
경영참여의 경우 말 그대로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목적이다. 일반투자와 단순 투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단순 투자는 세 유형 중 가장 소극적이다.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의사 표현만 하는 수준이다. 일반투자는 경영 참여는 없되, 단순 투자 대비 주주활동 범위가 넓다.
국민은행이 출자한 회사는 총 527곳이다. 이 중 경영참여가 302곳 일반투자 4곳, 단순투자 219곳으로 출자 회사의 절반 이상을 경영 참여 목적으로 구분했다. 상장사는 11곳뿐이다.
장부가액 비중은 달랐다. 단순투자 대비 경영 참여 출자 건이 더 많았으나, 장부가액은 단순투자로 구분된 규모가 더 컸다. 6월 말 기준 국민은행이 타 법인에 출자한 장부가액은 7조2549억원이다. 이 중 단순투자 기말 장부가액이 4조2936억원으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상반기에도 857억원을 추가로 취득했다.
반면 경영참여의 경우 같은 기간 110억원을 처분해 기말 장부가액은 2조7067억원이다. 경영참여 목적의 출자회사 수가 더 많으나, 장부가액은 단순투자가 더 크다.
상반기 중 평가손익 추이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의 타법인 출자 평가손익은 총 1709억원이다. 단순 투자에서 1311억원, 경영 참여에서 220억원 발생했다.
전략 아닌 투자기업 부실 영향
경영 참여 목적 출자 건수가 절반을 넘겼음에도 장부가액이나 평가손익이 적은 것은 실질적인 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취득한 주식을 경영참여 목적으로 분류했다. 의결권 행사나 주주로서의 적극적 권리는 행사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출자전환은 채권 장부가액이 취득금액으로 기재되지만, 기업가치가 없는 경우 취득가액은 0원이다. 출자전환이란 은행이 대출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 회수 대신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참여 목적으로 분류한 것은 단순히 매매 등을 통해 수익을 얻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영 안정화와 구조조정에 참여 해야해 단순투자나 일반투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특히 기존 주주가 없어질 경우 어쩔 수 없이 은행이 대주주가 되기도 한다.
상반기 국민은행의 경영 참여 출자 목록 중 최초 취득 금액이 '0원'인 곳은 283곳이다.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인수한 것이 아닌, 대출 금액을 회수하지 못한 기업이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주식 가치가 없어도 법적으로 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공시해야 할 의무는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위니아에이드, 은성알루미늄, 메탈이노베이션코리아 등 8개 기업에 대한 지분을 경영참여 목적으로 최초 취득했다. 이 역시 최초 취득 금액은 0원으로, 지분은 보유하고 있으나 장부가액은 0원이다. 단순투자의 경우 해외와 국내 모두 대부분이 펀드 투자 형식을 띤다. 우리나라는 은행법 16조에 따라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을 초과해 비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이나 출자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
디지털 관련 투자 등도 펀드 형식을 취했다. 지난 2021년 설립한 KB디지털플랫폼펀드를 통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했다. 특히 계열사 협업이 가능한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했다.
이 외 최근 5년간 국민은행이 취득한 단순투자 목적의 일반 기업 주식은 이지샵, 티맵모빌리티, 브라보비버인천 등이 있다. 브라보비버인천의 경우 발달 장애인 고용 기업으로, 출자 후 지분율에 따라 장애인 고용을 인정받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업 대출에서 비롯된 것으로, 건전성에 영향은 없다”라면서 “직접 투자보다는 포용금융부를 통해 상생 금융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