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소송, 최태원 '기사회생'
대법원, 최태원-노소영 '1.4조 재산분할' 파기환송
"노태우 300억 지원 '뇌물'로 보여…반도덕성 현저"
2025-10-16 11:09:07 2025-10-16 15:01:08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이혼 소송에서 1조4000억원 규모의 재산분할을 선고한 항소심을 파기하고, 다시 하라고 판결했습니다. SK그룹에 대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대 금전 지원이 대통령 재직 시절 뇌물’로 보인다며 법적 보호 가치가 없다는 판단입니다.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해 3월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소송 항소심 1차 변론을 마친 뒤 각각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16일 두 사람의 이혼·위자료·재산분할 사건 상고심에서 재산분할 청구 부분에 관한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다만 노소영 관장에게 지급할 위자료 20억원에 대해선 원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재산분할 쟁점은 노 관장의 부친인 노 전 대통령이 SK그룹에 금전을 지원한 사실이 노 관장 측의 SK그룹 재산형성 기여분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이 최종현 SK 선대회장에게 비자금 300억원을 건넸고, 이를 발판으로 SK그룹이 성장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300억원은 부친으로부터 받은 특유재산(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이라고 맞섰습니다. 
 
1심을 심리한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부장판사 김현정)는 2022년 12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665억원과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에서 제외한 채 재산을 분할한 결과입니다. 
 
반면 2심을 심리한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지난해 5월 최 회장에게 재산분할 1조3808억원과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최태원 일가의 재산 형성에 노 전 대통령 기여가 상당했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겁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금전 지원을 인정하더라도 돈의 출처가 뇌물로 보인다며 불법으로 형성된 재산에 대해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먼저 민법 제746조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민법 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며 “사법의 기본 이념으로서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사람을 법의 보호 영역 외에 두어 스스로 한 급부의 복구를 어떠한 형식으로도 소구할 수 없다는 법의 이상을 표현한 것”이라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금전 지원의 불법성을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것처럼 노 전 대통령이 1991년쯤 최 선대회장에게 300억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했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직 시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대법원은 이어 “노 전 대통령이 뇌물의 일부로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이에 관해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 영역 밖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SK그룹의 재산 형성에 관해 노 관장의 기여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노 관장이 노 전 대통령이 지원한 돈의 반환을 구하는 게 아니라 재산분할에서 자신의 기여로 주장한다고 해도 불법성이 절연될 수 없다”며 “결국 노 전 대통령의 행위가 법적 보호 가치가 없는 이상 이를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 내용으로 참작해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사람을 법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민법 제746조의 취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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