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인만 남았다…최종 타결까진 '산 넘어 산'
"재무부 통화스와프, 관건은 규모…최소 1000억달러는 돼야"
2025-10-16 18:06:06 2025-10-16 19:00:19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한·미 통상 협상에서 '한국은행·미 재무부 간 통화스와프'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연방준비제도(연준)를 거치지 않고 미 재무부의 외환안정기금(ESF)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결단만으로도 신속히 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그러나 재무부가 달러를 찍어낼 수 없다는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유동성 공급 범위'가 제한된 단기성 스와프라는 한계는 여전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아르헨티나식 스와프 검토"…연준 패싱으로 '외환 부담↓'
 
16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통상 협상을 매듭짓기 위해 방미한 우리 협상단은 3500억달러(약 497조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 펀드 실행과 관련해, 미국과 '아르헨티나 방식' 통화스와프 체결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준이 아닌 미 재무부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미국 측이 원화를 직접 매입하는 방식입니다. 자금의 출처는 미 재무부가 운용하는 외환안정화기금(ESF)으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단독 집행이 가능합니다. 
 
실제 미 재무부는 지난 9일(현지시간) 'ESF로 페소화를 직접 매입'하는 이례적인 방식으로 아르헨티나를 지원했습니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우파 정권이 외환 위기 속에 붕괴 위험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앞서 한국이 추진해온 '무제한 통화스와프'는 트럼프 행정부와는 별도로 운영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승인을 받아야 해서,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연준은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기축통화국들과만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습니다. 
 
한국 등 비기축통화국과의 '한시적 통화스와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처럼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만 가동됐습니다. 
 
미국이 '전액 현금'으로 요구하는 대미 투자금은 한국 외환보유액 4220억달러(약 598조원·9월 말 기준)의 82%에 달합니다. 여기에 "자국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라"는 요구까지 관철된다면, IMF 외환위기가 재현될 수도 있습니다. 
 
대미 투자금을 한꺼번에 내게 되면, '외환보유액 소진→원화 대량 투입과 환율 급등→국제 신인도 하락→외환위기'라는 연쇄 구조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직접투자 금액의 최소화, 분할 지급, 보증·대출 등 간접투자 병행이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여기에 한국이 아르헨티나 사례처럼 미 재무부를 통해 '원화' 기반의 대미 투자 펀드 방식을 구축할 수 있다면, 부담은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협상 예정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6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직접투자 높인다면…핵심은 'SPC 간접투자'
 
그동안 한국은 전체 투자금에서 직접투자 비중을 5%로 제한하자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100% 직접투자를 요구하며 평행선을 달려왔습니다. 미국 측 요구대로 직접투자 비중을 소폭 확대하되, 나머지 자금은 특수목적법인(SPC)에서 간접투자를 하는 방식도 검토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투자 확대' 요구를 일정 부분 충족시키는 절충입니다. SPC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한국 기업에도 실질적인 이익을 돌릴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SPC 의사결정 구조에 한국 정부·기업이 일정 지분과 의결권을 확보해야 해서 양국 간 이견이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 재무부와의 통화스와프 문제도 녹록지는 않습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스와프는 그 자체보다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느냐가 실효성을 좌우한다"며 "최소 1000억달러 이상은 확보해야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강 교수는 "SPC 설립은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운용권과 투자 방향을 둘러싼 양국 간 조율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도 "몇백억 달러 수준의 스와프는 상징적 의미에 그칠 뿐"이라며 "미국이 손실을 볼 일이 없는 구조인데도 거부한다면, 양국이 진정한 투자 파트너십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 입장에는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지 않은데, 우리 측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에 맞춰 성과를 내려고 하는 것 같다"며 "적극적으로 협상은 하되 이 기간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곽노성 동국대 명예교수는 "SPC를 명확히 설정해 기업이 정부를 대신해 투자 주체가 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미 재무부를 통한 통화스와프는 통화스와프대로 가고, SPC를 통해 프로젝트별로 조율·협상하면서 단계적으로 집행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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