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 이어 주방위군 투입 문제도 대법원으로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11월이 트럼프 '정치적 분수령'
2025-10-21 06:00:00 2025-10-21 06:00:00
미국 외교의 '구루'로 불리는 리처드 하스 전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2023년 7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세계 안보에 가장 심각한 위협이 미국"이라고 한탄했다. 미국 민주주의의 심각한 불안정이 미국을 의지하기 어려운 나라로 만들었으며 '미국 민주주의'가 "국가 안보적 우려 사항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으로 '트럼피즘'을 첫손에 꼽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통치하고 있는 현재의 미국 상황을 놓고 다시 같은 질문을 한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올해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의 대표적 외교정책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관세 전쟁'이고, 국내 정책은 주방위군 국내 투입이라 할 수 있다. 두 사안 모두 극심한 혼란을 야기하면서 1, 2심 법원을 거쳐 연방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시대 미국 정치의 불안정성을 그대로 웅변한다. 
 
지난 4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이민 단속 반대 시위 진압 현장. (사진=연합뉴스)
 
관세 재판 결과, 미·중 전략 경쟁 향배 직결…트럼프 "연방대법원 현장 방청"
 
트럼프는 대법원 관세 재판을 직접 방청할 계획이다. 그는 15일(현지시간) "대법원에서 매우 큰 사건이 열린다. 우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며 "그 재판에서 지면 미국은 수년간 약화되고 재정이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안보 위협' 명분으로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125%로 올린 것을 비롯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방위 관세 전쟁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미국 내 수입업자협회와 일부 주 정부가 헌법상 의회의 관세 부과 권한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상 합법이라고 맞섰으나, 1심인 연방국제무역법원(CIT)은 수입업자협회 등의 손을 들어줬고 연방항소법원도 7 대 4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결국 11월 초에 연방대법원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트럼프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고 말한 것처럼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 결과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 간 관세·무역 협정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고 더 크게는 미·중 전략 경쟁의 향배와도 연결되는 중대 사안이다. 유럽연합, 일본 등과는 이미 관세 협상을 체결했지만 후속 이행 조치가 달라질 수밖에 없고, 협상 막바지 단계인 한국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패소하면 현재 16.3% 수준인 유효 관세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고, 수백억 달러 규모의 관세 환급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가 패소하더라도 무역확장법 제232조 등을 활용할 수 있어 관세 부과 수단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헌법상 제약이 부과된다는 점에서 트럼프에게는 심대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보수 6, 진보 3' 구도로 구성돼 트럼프에게 다소 우세한 상황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세 전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해 중도 성향 판결을 내리고 있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받고 있다. 
 
관세 문제에 이어 '주방위군 투입' 사건도 오는 11월 초에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민 단속 반대 시위 대응을 명분으로 지난 6월부터 로스앤젤레스, 워싱턴D.C., 멤피스(테네시주), 시카고(일리노이주), 포틀랜드(오리건주) 등 민주당 강세 지역에 주방위권을 투입했다. 
 
일리노이주와 시카고, 포틀랜드가 곧바로 "대통령이 주정부 승인 없이 주방위권을 투입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이 "연방정부의 '주방위군 연방화' 자체는 합헌이지만, 주정부 승인 없이 투입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이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시카고와 포틀랜드에 대한 군 투입은 중단됐다. 
 
시카고 판결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곧바로 항소했으나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12일 이를 기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틀 뒤인 14일 연방대법원에 긴급 상고했고, 대법원은 바로 그다음 날인 15일에 이 사건을 '공공의 중대한 이익(public importance)' 사안으로 지정하면서 '긴급 심리' 회부 결정을 내렸다. 주방위군 투입에 제동이 걸리면서 트럼프가 사실상 계엄령이 '반란법'까지 발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주목도가 더 높아졌다. 여기에 워싱턴주 검찰총장을 비롯해 미국 내 20개 주 주지사와 검찰총장이 동참하면서 더 확실하게 미국 내 최대 이슈로 등장했다. <AP 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10월31일~11월4일' 사이에 최종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1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노 킹스'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52년 '영스타운 철강 사건' 이후 대통령의 비상권 범위 더 주목
 
'관세 전쟁'과 '주방위군 투입' 문제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은 법률적 차원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1952년 트루먼 대통령의 '영스타운 철강 사건' 이후에 다시 '대통령 권한의 경계선'을 설정하는 계기라는 것이다. 당시 한국전쟁 참전 상황에서 '영스타운' 파업으로 군수물자 생산 중단이 우려되자 트루먼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이를 국유화하려 했으나, 대법원은 "대통령은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 국내 자산을 통제할 수 없다"고 판결, 행정부의 비상권력을 제한하는 원칙을 확립한 바 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국내 정책을 군사적으로 확대할 때 반드시 의회의 승인과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윈 체머린스키 UC버클리 로스쿨 학장은 "대법원이 트럼프 손을 들어주면, 사실상 영스타원 원칙은 무너진다. 미국의 권력 분립은 근본적으로 재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두 개의 대법원 판결은 트럼프의 향후 정치 행로에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두 재판 모두 패배한다면 이후 정치 상황은 트럼프에게는 "난장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승리한다면 극단적 분열 상태인 미국 정치 상황에서 "강한 대통령의 귀환"이라는 상징을 갖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 여론은 트럼프가 불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22~27일에 한 <NYT·시에나대> 여론조사에서 43% 지지율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역대 대통령들의 같은 시기 지지율과 비교해도 꽤 낮은 수준이다. 18일 벌어진 트럼프 반대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에는 미국 전역에서 주최 측 추산 약 700만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황방열 통일외교 전문위원 bangyeoulhwang@gmail.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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