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삼성전자가 확장현실(XR) 헤드셋 ‘갤럭시 XR’을 출시하며 애플과 메타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물리적 제한 없이 3차원의 공간에서 음성이나 시선, 제스처 등으로 콘텐츠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멀티모달(오감형)로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22일 서울 서초구 삼성강남 사옥에서 열린 미디어브리핑에서 저스틴 페인 구글 XR제품관리 총괄, 김정현, 임성택, 김기환 부사장(왼쪽부터)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22일 삼성전자가 헤드셋 모바일 기기 ‘갤럭시 XR’을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출시하며 XR 시장을 주도해온 미국 애플·메타와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갔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연다’는 의미를 담아 프로젝트 무한으로 불렸던 ‘갤럭시 XR’은 구글·퀄컴과 공동 개발한 개방형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XR을 최초로 탑재한 폼팩터(형태)로, 멀티모달 AI를 통해 몰입형 경험을 선사한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실제 이날 직접 체험해본 갤럭시XR의 몰입감은 예상보다 컸습니다. 구글 포토앱을 통해 영상을 입체감 있게 볼 수 있었고 구글 AI 제미나이를 불러 ‘맨해튼 브리지’로 안내해달라고 요청하자, 지도를 띄어주고 해당 장소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는 등 시선과 손짓만으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탈부착형 외부광 차단 패드에 정밀 센서와 퀄컴 스냅드래곤XR2+ 2세대 칩셋이 탑재됐다는 점도 M5 칩과 듀얼 니트 밴드를 탑재한 애플 비전 프로나 XR 선두 주자인 메타의 스팩과 견줄 만합니다.
갤럭시XR을 시현하고 있는 모습. (사진=백아란기자)
출고가는 269만원으로 경쟁 모델인 애플의 XR 기기 비전 프로(499만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메타의 퀘스트3(70만원)보다는 높습니다. 애플과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메타 퀘스트3보다는 우수한 화질과 콘텐츠를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입니다.
약 750~800g 수준의 무게와 비싼 가격으로 대중화에는 한계가 있었던 애플 비전프로를 반면교사 삼아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 것도 특징입니다.
‘갤럭시 XR'은 텍스트나 이미지뿐만 아니라 음성, 영상 등 다양한 유형의 정보를 동시에 이해하고 처리하는 ‘멀티모달 AI’에 최적화됐는데, 구글 제미나이와의 대화에 특화된 제미나이 라이브(Gemini Live)를 적용해 사용자가 보는 것과 듣는 것을 같이 인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미나이에게 음성으로 유튜브에서 원하는 영상 콘텐츠를 찾아 달라고 한 후, 시선을 움직여 검색된 결과물을 선택하고 손가락을 맞닿게 하는 제스처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를 시청할 때는 마치 경기장에서 보는 것과 같은 생생한 현장감과 더불어 여러 경기를 동시 시청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또 XR 전용 게임과 안드로이드 기반 게임을 제미나이에게 실시간 코칭을 받으며 즐길 수 있고, 어도비(Adobe Pulsar) 프로그램을 활용해 3D 영상 제작도 가능합니다. XR 시장의 승패가 활용도로 갈릴 만큼 단순히 시청에 그치는 기기가 아닌 조력자 역할까지 하는 것입니다.
김정현 삼성전자 MX사업부 부사장은 “XR 시장은 혼자서만 성장할 수 없고 에코시스템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구글과 만나 무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고, 갤럭시XR이 끝이 아니고 계속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이날 미국에서 출시된 애플의 2세대 비전프로와의 정면 승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습니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장(부사장)은 “국내 XR 기기 시장이 올해보다 내년에 딱 2배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구글과 같은 업계 선두 파트너와 함께 큰 XR 생태계를 만드는 출발점으로써 의미가 훨씬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구글, 티빙, 쿠팡 등과 협력하면서 콘텐츠를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고 더 많은 혁신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