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참관)김건희-명태균, 첫 법정 대면…명씨 "윤석열 당선시키고 싶었다"
김건희 '공천 개입' 혐의 재판서 명태균 증인 출석
명씨 "윤석열 걱정돼서 대가 없이 여론조사 보내"
명씨, 불리할 땐 '모르쇠…흥분 땐 진술 '오락가락'
2025-10-23 08:24:40 2025-10-23 14:52:10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김건희씨와 명태균씨가 22일 법정에서 대면했습니다. 김씨의 정치자금법 등 혐의 재판에 명씨가 증인으로 출석한 겁니다. 두 사람이 법정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명씨는 ‘윤석열씨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제공한 건 대가성이 없었다’면서도 ‘본인을 인정해준 윤씨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고 싶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씨는 명씨 진술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이날 정치자금법 등 혐의를 받는 김씨의 3차 공판기일을 열었습니다. 오후엔 명씨와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김씨는 윤석열씨와 공모해 2021년 6월2부터 2022년 3월 20대 대선 전날까지 명씨로부터 2억7000천만원 상당의 여론조사(공표·비공표) 58회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를 받습니다. 특검은 무상 여론조사의 대가로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윤석열씨가 명씨 청탁을 받고 김영선 전 의원의 경남 창원의창에서 단수공천되도록  지시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법정에 선 명씨는 목소리를 높여가며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명씨는 2021년 6월18일 김씨를, 7월2일 윤씨를 처음 만나 “이준석(개혁신당 대표)과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어떻게 영입할지에 대해 말했다”고 했습니다. 여론조사는 언급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나 명씨와 김씨가 주고받은 메시지에 따르면, 명씨는 김씨를 만난 지 일주일여 뒤인 6월26일부터 미래한국연구소가 머니투데이를 통해 공표할 대선 여론조사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공천개입 의혹 및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명태균씨가 지난 8월1일 서울 종로구 김건희특검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제 회사가 아니라서 잘 모른다”면서도 “여론조사는 대통령 부부에게만 보낸 게 아니라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보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씨 부부에게 보낸 건 공표용 10회, 비공표용 4회뿐”이라며 “(2021년 11월 국민의힘 대선) 본경선 두 달 전에 보낸 게 마지막”이라고 했습니다. 
 
명씨는 특히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강혜경씨와의 통화에서 “윤석열을 홍준표보다 2% 앞서게 해달라”는 본인 육성이 재생되자 목소리 높였습니다. 그는 “저 여론조사가 윤씨 부부에게 전달됐느냐”며 “왜 사기를 치느냐”, “애들(명씨 자녀)이 어린이집도 못 가고 있다”, “검찰이 한 가정을 도륙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명씨는 재판 내내 흥분해 질문과 다른 답변을 늘어놓다가 재판부로부터 지적받았을 정도입니다. 
 
명씨는 진술이 오락가락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불리할 때는 “나는 여론조사 전문가가 아니다”, “여론조사는 김태열 전 소장이 알아서 했다”, “나는 그냥 너스레를 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특검과 재판부의 계속된 질문에 ‘본인 비용을 들여 여론조사를 진행해 윤씨 부부에게 전달했다’라고 시인했습니다. 다만 대가성은 없다고 했습니다. 
 
명씨는 “자체 비용을 들인 여론조사는 실질적으로 3건”이라고 했습니다. ‘누구 의뢰를 받았느냐’는 재판장 질의엔 “제가 걱정돼서 했다”고 말했습니다. 명씨는 “대의 때문”이라면서도 “(윤씨를) 당선시키고 싶었다. 저를 인정해주지 않았느냐. 제가 학벌이 있냐, 뭐가 있냐”라고 말했습니다. 명씨는 윤씨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보낸 이유에 대해선 “당신에게 관심이 있고 지지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김건희씨는 명씨의 진술을 듣는 동안 수차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명씨가 “(김씨는) 선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미술이면 모를까”,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에게 여론밖에 더 있었나”라고 말할 때 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명씨 말이 맞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씨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울러 이날 법정에선 명씨가 윤씨와 이준석 대표 등 여러 정치인에게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청탁하는 메시지와 통화 녹음이 공개됐습니다. 명씨는 “김영선에게 돈 받을 게 있다”며 “맨날 (선거에서) 떨어지니 돈을 안 줬다”고 주장했습니다. 
 
명씨는 2021년 6월경부터 ‘김영선을 부탁한다’고 여러 정치인들에게 말한 것과 관련 “1년 뒤 재보궐이 있을지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했습니다. 공천 개입 의혹을 부인한 겁습니다. 그러나 특검은 명씨가 당시 창원의창 현역 의원인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이 8회 지방선거 때 경남도지사로 출마하는 걸 도왔던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특검은 “대통령에게 소개했던 박완수가 경남도지사에 당선되지 않았느냐. 박완수가 출마하면서 창원의창 지역구가 공석이 됐다”며 “결국 증인이 김영선의 당선을 위해 박완수를 대통령에게 소개하며 (김영선 출마를 위한) 전체 계획한 게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윤석열씨와 명씨의 녹취록 등을 토대로 본다면 윤씨가 김 전 의원 공천에 개입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윤씨가 그해 5월9일 명씨에게 전화해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 등이 공개된 바 있습니다. 당시 시점은 2022년 6·1 재보궐 선거를 한 달여 앞둔 때였습니다. 특검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22년 재보궐 공천관리위원장(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화해 챙길 정도로 증인의 부탁을 들어줄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명씨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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