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소각' 새도약기금, 일반 금융소비자 부담으로
"공공정책을 민간 돈으로 추진"
2025-10-30 12:00:00 2025-10-30 17:36:51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새도약기금'이 첫 부실채권 매입에 나섰습니다. 금융당국은 장기 연체자들의 재기를 돕는다고 강조하지만, 실상은 금융권이 낸 출연금으로 빚을 소각하는 구조입니다. 정부 재정보다 민간자금 비중이 크기 때문에, 부담이 결국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융위는 30일 새도약기금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 5조4000억원(34만명)을 매입했다고 밝혔습니다. 7년 이상 연체된 개인 무담보채권이 대상이며, 기초생활수급자·중증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의 채무 1조1000억원은 연내 소각될 예정입니다. 이번 조치는 '이재명표 채무 탕감'으로 불리며 추진돼온 장기 연체자 구제의 일환입니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공공정책을 민간 돈으로 추진한다"는 불만이 적지않습니다. 해당 기금은 정부가 4000억원을, 은행·여신금융·보험사 등 민간 금융권이 4400억원을 출연해 조성했습니다. 연체자의 책임을 덜어주자는 명분으로 금융회사에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금융기관의 손실이 커지면 대출 금리나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경우 정책 부담이 일반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지원 체계도 빈약하다는 비판입니다. 당초 매입액이 약 5조4000억원이라 발표됐지만, 실제로 올해 연내 소각 예정인 채권은 약 1조1000억원에 그칩니다. 이 때문에 당초 정부 추정 대상인 16조원 규모 중 상당한 물량이 회수 가능성 낮은 상태로 방치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자 상당수가 단순 생계형 채무가 아닌 대출금 중복·카드론·사금융성 대출을 안고 있다"며 "단순 소각으로는 재기 기반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채권 매입 단가도 논란거리입니다. 새도약기금은 평균 5% 수준의 매입가율을 제시했지만, 민간 대부업체의 장기연체채권 시장 가격은 평균 30% 안팎입니다.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매입하겠다는 얘기인데, 매도 유인이 낮아 시장 왜곡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현재 새도약기금 참여 대부업체는 전체 가입 대상 약 440개 중 12곳에 불과해 참여율이 약 2.7% 수준에 그칩니다. 이들 12개 업체가 보유한 해당 채권량은 전체 대부업권 보유채권(약 6조7000억원)의 약 8.7%에 불과합니다. 전체 채권의 8.7%만 참여한 상태라 대부분 채무자가 여전히 기존 연체 상태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금융당국은 "상위 10개 대부업체가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가입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대부업계는 배제한 채 형식적인 기금만 만들어놓고, 실제 채무자는 여전히 신용불량자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금융위는 "새도약기금은 대부업권 및 상호금융의 협약 가입을 적극 독려할 계획"이라며 "특히 아직 협약 가입이 활발하지 않은 대부업권에 대해서는 연내 협약에 가입한 대부업체가 우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안내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출연은 금융권이 하고, 혜택은 상대적으로 참여 비율이 낮은 대부업체가 받는 구조가 된다는 점에서 업권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공산이 큽니다. 
 
성실 상환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나 근본적 재기 지원 체계의 부재도 지적됩니다. 기금 규모나 캠코·금융위·금감원 등 운영 주체 간 역할 분담이 불분명해 효율적인 집행이 이뤄질지도 알 수 없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의 핵심은 상환 능력 저하와 소득감소, 생활비 급증 때문이라 단순 탕감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출연금이 결국은 금융권 비용으로, 다시 일반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단 점에서 업권별로 공정한 인센티브나 책임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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