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부터 K-핵잠까지…막 오른 '본게임'
'MOU·팩트시트' 이번주 동시 발표 가능성
'구체적 표현' 관건인데…반도체는 '미지수'
2025-11-05 18:03:58 2025-11-05 18:41:45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공개가 임박한 가운데, 문서에는 핵잠수함 기술협력 등 일부만 명시되고 "반도체 관세를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게 하겠다"는 문구는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양국이 체결할 양해각서(MOU)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합의가 효력을 갖기까지 절차는 '산 넘어 산'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팩트시트 지연, 핵잠·원자력도 한몫"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날 한·미 안보협의회(SCM) 이후 공동성명이 발표되지 않은 배경에 대해 "팩트시트가 나온 뒤 발표될 예정"이라며 "원자력추진잠수함(원잠)과 원자력협정 관련 사안에서 미국 내 부처 간 조율이 길어졌는데 곧 마무리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관세·안보 분야를 포괄하는 팩트시트 발표가 늦어지는 것도 자동차 관세 소급 적용 시점과 함께 '원잠 관련 조율이 길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정부는 원자력을 동력으로 쓰는 잠수함의 명칭도 핵추진잠수함(핵잠)이 아닌 '원잠'으로 정리했습니다. 
 
안 장관은 "핵잠이라고 하면 핵폭탄 탑재를 연상할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 문제 삼을 수 있다"며 "평화적 이용에 포커스를 맞추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곧 발표될 팩트시트에서는 우리 정부가 설명해온 합의 사항이 '얼마만큼 구체적으로 반영됐을지'가 핵심입니다. 원잠 연료 공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양국이 포괄적 협력을 추진한다"는 수준의 문구가 담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원잠 운용을 위해서는 소형원자로의 연료인 '농축우라늄' 확보가 필수적인데, 미국 측 동의가 필요합니다. 지난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잠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이를 수용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잠수함 건조 시설로 '미국 내 조선소'(한화오션 필리조선소)를 콕 집어 언급하면서, 건조 시점·장소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추가 협상이 불가피합니다. 
 
다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원잠 분야에서는 실질적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미국이 금기시해온 기술협력에 처음 동의하면서, 관련 논의의 문이 공식적으로 열렸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도체 대만 수준' 명시?…"외교 문서에선 불가능한 얘기"
 
반면 관세 분야는 협상이 타결된 뒤에도, 양국 협상팀이 세부 문안을 놓고 미묘한 입장 차를 보여왔다는 점이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반도체 분야에서 주 경쟁국인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관세를 적용받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고 못 박았습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이 팩트시트에 포함돼 있다"며 관련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그러나 관건은 표현 수준입니다. 외교 문서에서 제3국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표현은 관례에 맞지 않기 때문에, '대만'이 명시적으로 언급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습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제3국과의 비교는 엄청나게 선 넘는 행위고 말도 안 된다"라며 "다른 나라(대만) 협상 결과에 대해 평가질하고 시비를 거는 격으로, 매우 아마추어적인 일"이라고 짚었습니다. 
 
결국 팩트시트에는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대만'을 뺀 채로 "반도체 공급망 협력 강화" 같은 완곡한 표현이 담길 가능성이 큽니다. 최악의 경우, 반도체 항목 자체가 제외될 수도 있습니다. 곧 부과될 관세에서 대만에 비해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담보할 수 없다는 분석입니다. 
 
이후에는 '대미 투자 MOU 체결→특별법 제정→트럼프 행정명령 서명→미국 관보 게재' 등 절차가 이어집니다. 정부는 MOU 서명과 함께 미 연방 관보에 '한국산 품목 관세 인하' 내용을 게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이 7월 '큰 틀 합의'에서 한국산 자동차 관세(25→15%)를 인하하기로 했지만, 아직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미국은 "조인트 팩트시트가 있으니 별도 보장은 불필요하다"며 투자금 납입 이행 약속을 지켜본다는 분위기입니다. 만약 투자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관세를 인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인상할 위험도 존재합니다. 
 
정부는 대미 투자 기금 조성을 위해 이달 중 '대미투자특별법'(가칭) 발의를 추진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대미 투자 MOU의 국회 비준 논란은 여전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품목의 관세율과 적용 시점을 명시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이를 관보에 고시해야 관세 인하가 효력을 갖는 만큼, 실제 인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미·일 관세 협상에서도 MOU는 9월4일 체결됐지만, 인하 조치는 관보 게재를 거쳐 같은 달 16일에야 이뤄졌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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