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재정 부담 '여전'한데…관세 MOU부터 '국회 비준' 논란
최대 변수는 '한국 동의권·상업적 합리성'
공동문서서 명확히 담보 안 되면 '후폭풍'
2025-11-03 18:16:22 2025-11-03 18:35:10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한·미 관세 협상 결과에 따른 양해각서(MOU)가 '국회 비준'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부는 "비구속성 문서로 비준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금이 재정 부담과 외환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3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190회 중견기업 CEO 오찬 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곧 공동문서 발표…투자처 선정에 '한국 동의' 필요"
 
3일 정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관세 협상과 관련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 자료) 세부 문구를 조율 중입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한 강연에서 "MOU나 팩트시트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오늘내일 중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늦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김 장관은 또 "현금 투자 2000억달러(약 285조원)는 미국에 그냥 주는 돈이 아니다"라며 "미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이 우선 활용할 수 있도록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번 투자안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투자위원회'와 자신이 위원장을 맡는 '협력위원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 추진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일본은 '협의위원회'(Consultation Committee)를 통해 자문 형태로 대미 투자에 참여하지만, 투자처 최종 승인 권한은 사실상 미국이 쥐는 구조입니다. 한국은 이와 달리 '독자적 동의 절차'를 갖는다는 설명입니다. 
 
MOU와 팩트시트를 통해 이 같은 구조가 확정되면 정부·여당은 '비준'이 아닌 '특별법' 형태로 후속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MOU에 따른 대미 투자를 이행하려면 기금을 조성하고 운용할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기존 법을 개정할지, 별도 법을 제정할지는 기획재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했습니다. 
 
기존 법체계 안에서 2000억달러 규모 자금을 운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별도 법안을 제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점쳐집니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대미 투자 관련 법안을 빨리 국회에 제출해 가급적 11월1일부터 관세 인하가 소급적용되도록 하겠다"며 속도전을 예고했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별법 위헌' 국힘 주장에…"법적 구속력 생기면 불리" 반박
 
원칙적으로 MOU는 '비구속성 문서'이기 때문에 국회 비준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번 MOU가 단순한 행정적 협의가 아니라 재정적 의무를 수반하는 사실상의 '조약'에 가깝다고 보고, 국회 비준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를 법률 제정으로 처리하려 한다면 국회 비준동의권을 무시하고 국민 알 권리를 무시한 명백한 위헌적 행위가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실제 대한민국 헌법 제60조 1항은 "국회는 국가·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 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달 31일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해당 조항을 언급하며 "대미 관세 협상에 따른 투자가 향후 구체화될 경우, 국가·국민에게 중대한 부담을 수반한다는 측면에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국회의 비준 동의를 거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약 형태의 비준을 받게 되면 법적 구속력이 생겨, 트럼프가 어떻게 되거나 정권 상황이 달라져도 없던 일로 돌릴 수 없게 된다"는 반론도 제기됩니다. 
 
결국 관건은 대미 투자금의 투자처를 결정하는 데 있어 △한국 기업 우선 활용 혜택 △한국 정부 동의권 등 우리 측이 밝혀온 입장이 '미국 문서'에서 실제로 관철될지 여부입니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는 양국 간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문서화 지연 가능성에 대해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특별히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발표된 미국 측 팩트시트는 일본 측 자료보다 투자 금액이 많고, 일본 문서에는 없거나 실제 투자와 무관한 내용까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이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미국 측과 문안 세부를 맞춰 동일한 내용을 발표하려는 이유"라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곧 발표될 '문서'에서 제대로 된 '상업적 합리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후폭풍은 불가피합니다. 한국은 연 200억달러(약 30조원)의 대미 현금 투자금을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으로 충당할 계획인데, 사실상 외환보유액을 직접 사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수요가 연간 30조원 새로 생기는 셈인 데다, 외환보유액 확충 여력도 줄어들어 중장기적으로 환율 상승 압력 등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50억달러(약 7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기금채를 활용할 예정이지만, 이 경우 2029년 말 국가보증채무 잔액이 10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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