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이어 안보…톱다운 담판 11일째 '진통'
애초 4일 발표서 '차일피일'…미 내부 조율
핵 비확산 우려…원잠 '평화적 이용' 강조
2025-11-09 15:34:57 2025-11-09 16:45:18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안보 '톱다운(하향식)' 담판에도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11일째 겪는 '진통'입니다. 치열했던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자 새 뇌관으로 '안보'가 등장한 영향인데요. 관건은 원자력(핵) 추진 잠수함 관련 '문안 조정'에 대한 미국 내 이견 조율이 될 전망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식 환영식에서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팩트시트 조율 '장기화'…관세는 '해결'
 
9일 대통령실과 여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는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팩트시트는 안보와 합쳐서 아마 하루이틀, 2~3일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 고위 관계자들 역시 팩트시트 발표 시한을 이번 주로 설정했습니다. 
 
팩트시트 발표 지연의 영향으로 한·미 국방부 장관의 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도 지연됐는데요. APEC 정상회의의 성과 공유를 위해 예정됐던 이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간담회도 순연된 것으로 알려집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팩트시트는 관세 분야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안보 분야에서 논의가 재개됨에 따라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정상회담 이후 관세와 관련해서는 미국 연방 관보에 한국에 대한 관세 인하 내용을 게시하고, 자동차 등 품목 관세의 소급 적용 시기 조율이 관건이었는데요. 관세와 관련한 막판 '줄다리기'는 어느 정도 해소가 된 모양새입니다. 
 
정부 측 설명대로라면 관세 협상 팩트시트와 3500억달러 대미 투자 양해각서(MOU) 체결과 관련한 쟁점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양국은 이미 한·미 정상회담에서 2000억달러 대미 투자의 운용 방식 등에 대해 합의했고, 소급 적용 시기 역시 조율이 끝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결국 관세와 관련해서는 자동차 등 품목 관세의 소급 적용시기만 남은 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명간 발표"…원잠 '문안' 관건
 
결국 관건은 안보 분야 팩트시트 조율입니다. 한·미 정상회담 전까지만 해도 안보 분야 협상은 이미 정리가 됐으며, 관세 분야 협상만 조율되면 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었는데요.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안보 분야 협상이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이 대통령이 원자력(핵) 추진 잠수함 관련 연료 공급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깜짝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건조 '승인'으로 화답한 영향이기도 합니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국방)부 장관 역시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대해 재확인했는데요. 
 
문제는 원자력 영과 관련한 미국 내 관계 기관의 검토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팩트시트는 지난 4일께 발표될 예정이었습니다. 실제로 팩트시트에는 원잠의 도입과 한국의 '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미국이 지지한다'는 취지의 문안이 담겼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관계 기관의 이견에 따른 검토를 위해 발표 연기를 요청했지만, 이후에는 어떠한 의견도 내놓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이는 핵 비확산을 담당하는 에너지부 등 우려를 반영해 원잠과 원자력 협정 관련 문안을 수정하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미국 측에서는 원잠의 연료 공급 문제에 대한 표현과 이를 위해 지원하는 방안의 수위 등을 놓고 조율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결국 한·미 협상도 다시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는 셈입니다.
 
때문에 우리 측에서는 원잠의 '평화적 이용'을 강조하는 모습입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90% 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쓰는 버지니아(7800톤급)는 미국이 대양을 가로지르며 핵무장해 쓰는 공격형 잠수함"이라며 "우리 실정에 맞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특히 원잠과 관련해 선체 및 원자로는 한국에서 만들고 연료로 쓰이는 농축 우라늄은 미국에서 공급받는다는 게 우리 정부의 방침입니다.
 
이 과정에서 핵 추진 잠수함이라는 명칭도 원자력 추진 잠수함으로 정정하며 평화적 이용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지난 6일 국회에서 "농축과 재처리를 포함한 '민간' 원자력 협력 협정으로 개정할 계획"이라면서 민간의 영역을 강조, 비군사적 성격을 강조했습니다.
 
다만 조인트 팩트시트 역시 너무 지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원잠)건조 문제가 새로 대두되면서 미국 정부 내 각 부처 간 조율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며 "금명간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의 30년 염원이었던 핵잠 건조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단계까지 왔다"며 "(원잠이) 동서남 어디서 출몰할지 모르기에 김정은은 잠을 못 잘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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