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이 본격 이행 단계에 들어서면서 다음 타깃인 철강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정부가 이미 지난해 철강을 석화와 함께 구조조정 대상으로 못 박은 데다, 고위 당정 협의에서도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개편’ 대상으로 명시한 만큼 구조조정 시계가 한층 빨라질 것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3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철강사들은 정부 기조에 발맞춰 선제적으로 몸집 줄이기와 투자 재배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포스코그룹은 저수익 사업 및 비핵심 자산 120여개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며, 2026년까지 이 중 97% 이상을 완료해 약 2조6000억원의 현금 유입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비핵심 사업 정리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100% 자회사인 연료전지 전문 기업 한국퓨얼셀은 최근 청산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 전략 전반을 재점검하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내년 광양제철소에 첫 전기로를 가동하며 저탄소 생산 체계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전기로 전환 시 기존 고로 대비 탄소 배출을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어, 포스코의 체질 전환을 상징하는 투자로 평가됩니다.
현대제철도 철강 업황 부진과 글로벌 관세 대응을 고려해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건립에 58억달러가 투입돼야 하는 만큼 저수익 사업을 중심으로 자산 매각에 나서며 자금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현대IFC의 경우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용–베일리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스틸파이프 역시 일반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비용 절감과 체질 개선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동국제강은 감산과 인천 공장 셧다운을 병행하며 사업 구조 전환에 나서고 있습니다. 봉형강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도금·컬러강판 등 부가가치가 높은 다운스트림 비중을 확대해 수익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입니다. 동시에 ‘DK AX Center’를 개소하고 생산 공정 최적화, 품질 예측, 설비 이상 감지, 에너지 효율 개선 등 철강 제조 전반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세아그룹 역시 구조조정 흐름에 맞춰 사업 재편과 고부가 전략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세아특수강을 지주사인 세아홀딩스로 완전 편입하며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핵심 계열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정비 중입니다. 세아베스틸은 재생에너지 직접 구매를 통해 친환경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미국 텍사스에 항공우주·방산용 특수합금 생산 공장을 건설하며 고부가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습니다. 니켈·티타늄·코발트 기반 특수합금을 생산해 북미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으로, 해당 공장은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세아베스틸의 중장기 성장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입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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