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조선·해운 잇는 ‘K-전략상선대’ 제도화 시동
2040년까지 200척 전략상선대 구축 제안
신조 발주 100척…생산유발효과 ‘59조원’
2025-12-22 15:45:35 2025-12-22 16:03:08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로 해상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가운데, 에너지·원자재 수송의 국가 안보적 중요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K-전략상선대’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민간 선박을 평시에는 상업 운항에 활용하고, 유사시에는 국가가 우선 동원하는 전략상선대를 법으로 규정해 2040년까지 200척 규모로 확대하자는 제안입니다. 해운·조선 산업 안정화와 물류 안보 강화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해상주권 확보 방안 마련 세미나’에서 김경훈 해운협회 이사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22일 한국해운협회와 포스코플로우가 국회에서 공동 주관한 ‘우리나라 해상주권 확보 방안 마련 세미나’에서 김경훈 해운협회 이사는 기존 필수선박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전략상선대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 이사는 “우리나라는 필수선박제도가 존재하지만 유사시 실제 대응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현재 국가 필수선박으로 지정된 88척을 전략상선대로 전환하고 추가로 12척을 지정한 뒤, 나머지 100척은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신조 발주해 총 200척 규모의 전략상선대를 구축하는 ‘전략상선대법(가칭) 제정’을 제안했습니다. 
 
전략상선대는 평시에는 민간 선박으로 상업 운항을 하되, 유사시나 전시에는 국가가 우선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정·지원하는 선대 체계입니다. 한국은 전체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으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철광석, 석탄 등 핵심 전략물자는 사실상 전량 바다를 통해 수입하고 있습니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해상 수송이 중단될 경우 하루 평균 약 5조5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LNG선 한 척이 제때 입항하지 못하면 수백만 가구의 전력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원유 운반선 지연은 정유·화학·제조업 전반의 가동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해운협회가 추산한 결과, 전시 상황에서 물동량이 40~50% 증가한다고 가정할 경우 필요한 선박은 벌크선 59척, 유조선 47척, 컨테이너선 50척, 자동차운반선 9척, 가스운반선 33척 등 총 200척으로 나타났습니다.
 
‘해상주권 확보 방안 마련 국회 세미나’. (사진=뉴스토마토)
 
전략상선대는 해운산업뿐 아니라 조선산업에도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존 조선업은 해운 경기 변동에 따라 발주가 급증하거나 급감하는 불안정한 구조를 반복해왔습니다. 전략상선대는 국가가 필요한 선박 규모를 사전에 정하고 이를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분산 발주하는 방식으로, 벌크선·유조선 등 중소형 상선을 주력으로 하는 중소·중견 조선소에 최소한의 ‘바닥 물량’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됩니다.
 
전략상선대가 제도화될 경우 해운협회가 추산한 생산유발효과는 총 59조1921억원으로 직접 효과는 약 30조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조선 노동자 4만5000명의 고용 유지와 철강·엔진·부품 투자, 조선소 이윤 등이 포함됩니다. 간접 효과는 약 29조원으로 철강·기계·에너지·물류 등 후방산업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은 이미 민간 선박을 활용한 해사 안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전략상선대를 250척 규모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SHIPS Act’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전략물자 국적선박 확보를 통한 물류 안보 강화가 제시된 바 있습니다.
 
이상석 한국해양진흥공사 팀장은 “HMM 등 국내 선사들은 해진공과 산업은행이 주주로 참여한 구조 속에 친환경 연료 전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신조 발주를 꺼리고 있다”며 “해양안보기금이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 추진 중인 가운데 국가 필수선대 확충과 관련한 명확한 지침이 법적 근거로 마련될 경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진호 한국선급 미래전략팀장은 “해사 안보 입법을 통해 미국은 28조원, 일본은 10조원의 신규 자금을 조성하고 미국 선사가 미국 조선소 건조 시 최대 40% 세액공제, 일본은 특정 선박 등록면허세 50%를 인하하는 등 과감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한국도 기존 공급망에 특별법적 지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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