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대통령이 주목하는 네 개의 방향
2026-01-20 06:00:00 2026-01-20 06:00:00
‘기울어진 운동장’, 과거 민주당이 자주 쓰던 표현이다. 정부 수립 이래 78년 동안 민주당 집권 기간은 17년이 채 되지 않는다. 1987년 직선제 이후로도 아홉 번 대선 중 민주당 쪽 승리는 네 번으로 열세다. 그마저도 온전한 자력 승리라고 보기 어렵다. IMF 경제 위기, 상대 당의 부패와 반칙, 그리고 두 번의 탄핵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꽤 유리한 조건에서도 과반 승리는 한 번도 없었다. 
 
지난 두 번의 총선에서 많은 의석을 얻긴 했지만, 대선으로 보면 기울기가 해소되었다고 보긴 어렵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의 불안감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국민의정부의 DJT 연합과 젊은 피 영입, 참여정부의 열린우리당 창당과 대연정 제안 등은 지역적·구조적 한계를 깨보려는 치열한 자구책이었다. 문재인정부는 총선 승리로 방심했다. ‘적폐 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정치적 포용과 확장보다는 지지층 결속에 더 집중했다. 결국, 이해찬 대표 ‘20년 집권 구상’ 발언이 무색하게 정권은 바로 윤석열정부로 넘어갔다.
 
민주당이 민주당에 갇힌다면 앞선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포부는 이러한 구조를 깨보려는 의지로 보인다. 이를 위해 그가 주목하는 방향을 네 가지 키워드로 예상해보고자 한다. 
 
먼저, ‘동진(東進)’이다. 민주당은 지역 구도 트라우마가 크다. 영남의 지지를 일정 정도 받지 못하면 대선에서의 승리는 매우 힘들다. 역대 민주당 4명의 대통령 중 3명이 영남 출신이고, 나머지 하나도 DJT 지역 연합을 통해 가능했다. 그래서 정권의 안정과 재집권 전략에는 언제나 상대 진영 영남 인사 중용이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동진’은 ‘민주당식 국민 통합’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이재명정부에서도 다르지 않다. 최근 논란인 이혜훈 카드는 이를 위한 다양한 인사 퍼즐 중 하나이다. 혹독한 인사 검증의 통과 여부는 지켜볼 일이나, 동진의 큰 흐름은 달라질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는 ‘북방(北方)’이다. 현재까지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은 총 3회이다. 모두 민주당 정부에서였다. 과연 이재명정부는 어떨까? 꽉 막힌 상황이고 여러 난관이 있겠지만, 새롭게 활로를 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나아가 회담 정례화까지도 모색할 것이다. 꼭 ‘민족의 염원’ 같은 명분 때문만은 아니다. 대한민국이 더 큰 기회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남북 간 평화와 안정이 선결 과제다. 휴전선이 열려야 대륙 진출을 통한 새로운 번영의 길도 열릴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신년 중국 방문도 그런 흐름을 이으려는 포석의 하나로 봐도 좋지 않을까?
 
세 번째는 ‘UP(성장)’이다. 전통적으로 진보 정권은 복지와 분배를 강조한다고 하지만, 막상 취임 이후에는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추는 메시지와 정책이 많아진다. 대통령의 핵심성과지표(KPI) 중 가장 눈에 띄는 지표가 경제 관련 지수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 주류의 우려 여론에도 배당소득세 분리과세나 주가 5000 시대 등의 화두를 던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AI 시대의 새로운 경제성장 모멘텀을 위한 정책적 모색도 중요하게 다룬다. 경제도 크게 성장시키는 ‘유능한 신진보’의 비전은 이전 민주당 대통령들이 못다 이룬 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이 재임 동안 보인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포부로 읽힌다. (이미지=챗GPT 생성)
 
끝으로, ‘중도 실용’이다. 중도는 좌와 우의 기계적 중앙점이 아니다. 오히려 유연한 스윙보터의 지향과 같다. 탈이념 실용 정부가 되겠다는 다짐은 이들을 향한 구애다. 당파성이 뚜렷한 지지층이 아닌, 실리에 민감한 중도층을 향한 기민하고 합리적인 대응을 국정의 방향타로 삼을 것이다. 그것이 승리의 길이기도 하다. 내란을 옹호하고, 여전히 ‘윤 어게인’을 외치는 정당에 중도층의 지지가 모일 리 없다. 세상을 읽고, 과거의 틀에 갇히지 말고, 여론에 빠르게 응하고 소통해야 한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잊지 말아야 할 덕목이다.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존 지지 기반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현재 국정 지지율 60%는 자신감을 가질 만한 수치다. 6월 지방선거는 자신의 국정 방향을 국민에게 평가받는 첫 번째 시험장이 될 것이다. 여당이 이긴다면 더욱 속도를 내고 과감해질 것이고, 야당이 선전한다면 방향과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다. 대통령이 향하려는 방향이 부디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 증진 쪽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장훈 GR KOREA 전문위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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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 큰 얘기지만 핵심을 잘 찍어내고 글이 아주 깔끔하고 좋네요.

2026-01-20 11:17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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