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국내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종전 기대감에 5500선을 회복하며 출발했던 코스피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직후 최고점 대비 약 7% 추락하며 5100선까지 밀려났습니다. 변동성 확대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44.65포인트(4.47%) 내린 5234.05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수는 전장보다 72.99포인트(1.33%) 오른 5551.69로 출발해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새 정권 대통령이 휴전을 요청했다고 밝혔고,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미국에 공개서한을 보내 대립의 무의미함을 언급하는 등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결과로 풀이됐습니다.
그러나 한국시간 오전 10시 백악관 연설이 시작되면서 증시는 얼어붙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2~3주간 이란을 극도로 강력하게 타격해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고 경고하며 조기 철수를 기대했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 의존 국가들을 향해 미국산 석유 구매를 제안하는 등 강경 기조를 재확인했습니다.
이 발언은 국제유가와 환율을 즉각 자극했습니다. 연설 직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상승 전환해 배럴당 104달러를 넘어섰고, 브렌트유 역시 5% 급등하면서 106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도 장중 오름폭을 확대, 한때 1524.1원까지 치솟았다가 전일 주간 종가 대비 18.4원 급등한 1519.7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유가와 환율의 동반 급등에 전날 상승했던 대형주들은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삼성전자(005930)(-5.91%)와
SK하이닉스(000660)(-7.05%) 등 반도체주를 비롯해
현대차(005380)(-4.61%),
SK스퀘어(402340)(-6.29%),
두산에너빌리티(034020)(-6.02%) 등이 큰 폭으로 밀렸습니다. 수급 측면에서도 외국인의 이탈이 두드러졌습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364억 원, 1조4526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습니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까지 11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는데, 이는 지난 2023년 10월 이후 약 2년6개월 만에 가장 긴 순매도 기록입니다. 반면 개인은 1조2065억원을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습니다.
급격한 지수 하락에 변동성 완화 장치도 가동됐습니다. 오후 2시46분 코스피200 선물이 5.04% 급락하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으며, 코스닥 시장 역시 코스닥150선물과 현물 지수가 6%대 폭락하며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은 국내 증시 변동성도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지난달 일평균 62.51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월(47.13) 대비 크게 상승한 수치이며, 지난해 평균치(24.08)와 비교하면 2.6배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저점 5042.99, 고점 6180.45를 기준으로 변동률이 22.6%에 달했습니다.
증권가에선 롤러코스터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움직임은 지정학적 뉴스에 시장 전체가 쏠리는 전형적인 심리 위축 장세"라며 "기술적 추격 매수보다는 하방 지지선 확인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전쟁 충격이 비합리·비정상적 충돌 구도로 번진 만큼 과거 경험칙에 기대기 어려운 국면"이라며 "코스피는 5000~5700선에서 뚜렷한 방향성 없이 등락을 반복하는 조정 국면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전쟁 관련 대국민 연설 화면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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