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이다. 갤럽 기준 70%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20% 초반에 머문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지지층이 결집하는 과거 사례를 보면 매우 이례적 현상이다. 그들의 아성인 PK와 TK 지역까지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대로라면 영남 자민련(이영자)’이라는 초라함을 넘어 ‘이대로라면 경북 자민련(이경자)’이라는 비참한 비아냥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계속되는 내부 갈등과 공천 혼선, 전략 부재가 낳은 야당의 총체적 지리멸렬이다. 중앙정부와 국회는 물론 지방정부까지 모두 여당이 석권한 ‘압도적 일극 체제’가 6.3 지방선거 이후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이 바라는 민심은 분명하다. 국정 운영의 안정성과 정책 추진력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강조해 온 ‘중도·실용, 민생 중심’의 국정 기조를 보다 속도감 있게 실현하라는 주문이다. 입법과 행정의 충돌을 줄이고, 당정 간의 협력을 강화해서 주요 개혁 과제나 민생 정책을 혼선 없이 추진하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경제·산업 정책, AI 미래 전략, 복지와 외교·안보 등 국가 핵심 과제들을 장기적인 일관성을 가지고 추진해 가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러나 ‘약체 야당’의 정치 지형으로 인한 우려도 없지 않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 위에서 작동한다. 새가 한쪽 날개만으로 날 수 없듯이 정치도 좌우 균형은 필요하다. ‘약체 야당’의 장기화는 정치구조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정책의 속도는 빨라질 수 있지만 숙의와 검증의 깊이가 오히려 소홀해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여당 내에서 ‘레드팀’을 두고, 숙의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이러한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합리적 보수층을 대변할 정치세력의 부재로 여론의 편중이 일어나는 것도 문제다. 현재 국민의힘은 내부 혁신보다 강성 지지층과 일부 극단적 정치 유튜버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합리적 보수 정치의 외연을 더욱 축소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극단화된 야당은 대안 제시보다 갈등을 증폭하는 역할에 몰두해 정치구조의 왜곡을 초래한다. 아울러 정치적 선택지의 축소는 국민의 정치적 효능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가치와 이해관계를 대표할 정치세력이 존재해야 민주주의는 살아 움직이는 법이다.
약체 야당은 여당에도 꼭 좋은 일만은 아니다. 외부 견제가 약해질수록 내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이는 계파 갈등이나 때이른 권력투쟁으로 표출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여당 내부에서 신뢰와 소통 부족이나 선명성 경쟁에 대한 경고등이 자주 켜지고 있다. 이 모습 역시 낯선 풍경이다. 외부의 건강한 견제가 사라진 정치 환경에서는 내부 갈등이 국정의 새로운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의 ‘약체 야당’ 구조는 국민의힘 스스로 초래한 측면이 크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풀어가야 한다. 지도부의 각성은 물론, 환골탈태의 혁신 의지가 필요하다. 비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인 극단 강성 지지층들과의 절연과 아울러, 당 내부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들의 인적 청산도 이뤄내야 한다. 지금 국민의 인내는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백신 진상규명위원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당 역시 ‘강자의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 압도적 힘을 가질수록 더 많은 대화와 타협, 그리고 자기 절제가 필요하다. 최근 진보 유튜버의 도에 넘치는 발언과 독선적인 행태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바 있다. 이를 견제하고 자제시켜야 할 여당 고위 인사들이 오히려 동조하고 부추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로 보이지 않는다. 여당이 먼저 공론장의 질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 커뮤니케이션에서 벗어나 합리적 토론과 숙의의 문화를 회복해야 한다. 여당이 ‘약체 야당’의 반사이익에 안주해 오만과 독선에 빠지거나 정치적 과실만 따 먹으려 한다면, 국민의 지지는 언제든 철회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약체 야당’의 낯선 풍경은 생각보다 오래 계속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높은 국민적 지지가 이어지는 만큼 야당의 극적 반전은 힘들 수도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야당이 반대만을 위한 반대, 투쟁만을 위한 투쟁을 포기하고, 정부 여당과 협력할 땐 협력하고 대안 제시를 통한 합리적인 정책 경쟁으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해 나간다면 약체 야당의 굴레를 벗을 동력이 생길 것이다. 강한 여당과 건강한 야당, 경쟁과 협치의 공존, 이를 기반으로 한 정치적 성숙은 결국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다.
장훈 GR KOREA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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