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부터 기간제법까지…갈 길 먼 '노동 정상화'
일부 문제 제기에 향후 과제로
노동시장 불확실성 여전 지적도
2026-04-14 17:44:42 2026-04-14 18:55:38
[뉴스토마토 박주용·이진하 기자] 이재명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벌여온 '산업재해와의 전쟁'이 첫 성과를 거뒀음에도 '노동 정상화'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과 경영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부터 고용 2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간제법'에 대한 일부 폐해도 문제로 제기되면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의 경우에도 시행 한 달 만에 건설 현장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둘러싼 판단이 엇갈리면서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산업 현장 안정화를 위한 입법 노력에도 노동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지적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불명확한 경영자 처벌…지난해 하반기 실형 단 '1명'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말 산업재해 근절을 강조한 이후 민주당은 현재까지 산업 현장의 안전 강화를 위한 24건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가운데 7건의 법안에선 산업안전에 대한 보호 조치를 위반했을 때 처벌의 수위를 더 높이도록 규정했습니다. '더 센 중대재해처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초강력 처벌책을 꺼내든 겁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2022년 1월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된 이후 2024년 1월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법 적용이 확대됐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이번 발표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망자가 크게 줄어든 것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긍정적 효과란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법 적용이 확대된 이후, 산업 현장의 혼란과 모호한 책임 범위, 강력한 처벌 수준에 대한 기업들의 공포와 부담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경영 책임자 등'의 범위를 어떻게 확정할 것인지 여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쟁점 중 하나로 꼽힙니다. 해당 법안에선 '경영 책임자 등'을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했지만, 법 시행부터 해석상 갈등을 빚어 왔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현직 대표이사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에도 '경영 책임자 등'의 해석을 놓고 논란은 가중됐습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중대산업재해 발생으로 형을 확정받은 기업이 22곳으로 공표 이후 최다를 기록했지만, 이 가운데 경영 책임자가 실형을 확정받은 곳은 삼강에스앤씨 단 1곳이었습니다. 22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나머지 1명은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함께 선고받았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에 따른 예방 효과도 의문입니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다만 이 문제는 좀 더 시일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어서 향후 추이를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지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대변인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일각에서 실효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법이 현장에 안착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중대재해 발생의 패턴도 대기업에서 이제는 50인 미만의 사업장으로 이동해 가고 있지 않나. 때문에 예방만으로 중대재해가 줄어들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 정부 경사노위 제1기 출범을 맞이하여 대통령과 함께하는 노동정책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 4년 했으면 좋겠는데"…기간제법 개정에 노동계 '반발'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간제법에 대한 문제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최근 이 대통령이 기간제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노동계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일제히 성명을 통해 기간제법의 사용 기간 연장에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권의 우군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계의 반발로 향후 법 개정 추진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현행 기간제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2년을 초과해 사용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무기계약직)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그러나 사용자가 2년 만기 직전 노동자와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아르바이트 형태가 돼 고용 불안을 유발한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기간제 사용 기간에 대해 "3, 4년 했으면 좋겠는데 (법 조항이) 오히려 장애가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기간제법은 당초 계약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고용주들이 법의 허점을 악용해 같은 직무에 직원을 1년 11개월 단위로 일하게 하면서 이른바 '쪼개기 계약'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결국 비정규직 사이에서 2년을 채우면 '무기계약직'이 된다는 기대는 사라지고 고용주 입장에서도 숙련된 노동자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의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기간제법엔 만 5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 촉진을 위해 예외 규정을 두고 있어 사용 기간 제안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부 사용자들은 자유로운 해고를 할 수 있다고 오해해 문제가 제기돼 왔습니다. 또 전문직 등 2년 제한 예외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범위 확대 논란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불합리한 차별이 임금과 복지도 문제로 제기됩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정부에서 언급한 기간제법은 '기간 연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것만이 문제는 아니고, 근본적인 고용 안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지현 대변인도 "기간 연장이 아니라 불가피한 기간제 사용에 제한을 둬야 한다"며 "이를 통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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