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조합원 투표율이 90%를 돌파했습니다. 투표 종료를 하루 앞두고 대다수의 조합원들이 투표를 마친 것으로, 잠정합의안에 대한 높은 관심이 실제 투표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 조합원이 선거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최종 가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하지만 성과급 격차에 따른 내부 박탈감이 갈등으로 표출되는 상황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연합뉴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투표가 실시된 이후 닷새째인 이날 오후(15시10분 기준)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지부(초기업노조)의 투표율은 92.74%를 기록했습니다. 선거인 5만7305명 중 5만3146명이 참여한 것으로 조합원 대다수가 투표권을 행사한 셈입니다.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도 90%에 달하는 투표율(선거인 8187명)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번 찬반 투표는 27일 오전 10시에 마감됩니다. 투표 결과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초기업노조와 전삼노의 투표 결과를 합산해 결정되며, 과반 찬성 시 잠정합의안은 최종 확정됩니다.
업계에서는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의 80~90%가 DS부문 직원인 탓에 투표 가결을 점치는 분위기가 우세합니다. DS부문 내 비메모리 사업부(파운드리·시스템LSI)의 성과급 규모에 대한 불만으로 일부 ‘부결’ 움직임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입니다. 또한 이번 잠정합의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디바이스경험(DX·완제품) 부문 중심의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의 투표 결과가 반영되지 않는 점도 가결 가능성이 큰 이유로 꼽힙니다.
하지만 이번 투표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폭풍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내부 불만이 내홍으로 작용할 공산이 큰 까닭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투표가 가결되든 부결되든 현재 불거진 내부 갈등을 한동안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부결 시에는 해결되지 않은 ‘노무 리스크’로 인해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만일 이번 투표가 가결돼 잠정합의안이 확정될 경우, 그동안 노조가 주장해 온 인재 유출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돼 반도체 직원들의 동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메모리 사업부에 집중된 성과급 불균형과 박탈감 등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DX부문 직원들의 반발은 강경 대응으로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투표에서 배제된 동행노조는 이날 수원지법에 찬반 투표 중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찬반 투표에서 동행노조를 배제한 것이 “교섭대표 노조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는 취지입니다.
26일 오전 경기 수원시 수원지법 청사 앞에서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이 주축이 된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 집행부가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 중지 등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 전삼노와 공동투쟁본부를 꾸려 사 측과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DX부문 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으로 공투본에서 탈퇴한 바 있습니다. 초기업노조는 잠정합의안이 공투본과 사측 사이에서 협상이 이뤄진 만큼 동행노조가 투표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동행노조는 당초 투표 참여를 요청했다가 투표권이 없다고 번복한 것이 잠정합의안을 가결시키기 위한 말바꾸기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동행노조 측은 “투표가 종료될 경우 잠정합의안 자체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추가로 신청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만에 하나 이번 찬반 투표가 부결될 경우 삼성전자는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입니다. 투표 부결 시 잠정합의안 무효에 따라 원점에서 협상을 다시 진행해야 하는데, 이미 내부 갈등이 극에 달해 협상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큰 까닭입니다. 경우에 따라 파업 리스크 재점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삼성전자가 성과급 불균형에 따른 반목으로 ‘한 지붕 두 기업’으로 나뉘어져, 경영진이 나선다고 해도 이를 봉합하기는 쉽지 않게 됐다”며 “경영진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도 이미 상실된 상황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전면에 나서 책임 경영의 자세로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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