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 잠수함사령부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2030년대 중반 첫선을 보일 핵추진잠수함 건조 사업의 사업명이 '장보고 N 프로젝트'로 확정됐습니다. 저농축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잠수함을 국내에서 자주적으로 개발·건조하기로 했습니다. 1번함의 진수는 2030년대 중반, 첫 배치는 2030년대 후반이 목표입니다. 최소 3척 이상을 확보하기 위한 이 사업 추진 계획의 핵심은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 무장 탑재, 비확산 체제 준수, 자주적 개발로 압축됩니다.
국방부는 26일 경남 창원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개최된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의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보고했습니다. 핵추진잠수함 개발의 첫 청사진이 나온 것입니다.
국방부의 '기본계획'에 따르면 핵추진잠수함 원자로의 핵연료는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하며 핵연료 교체를 최소화하도록 장주기 운전이 가능하게 개발됩니다.
획득·유지·정비의 자립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에서 개발·건조되며, 플랫폼과 추진 체계 등의 개발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국내 원자력 및 조선 기술이 활용됩니다. 2030년대 중반 1번함을 진수하고 2030년대 후반 해군에 배치되는 것을 목표로 개발이 추진됩니다. 계획대로라면 2038년을 전후로 첫 핵추진잠수함의 실전 배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국방부가 26일 공개한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 표지. (사진=국방부)
"핵개발 않고 '잠수함 추진체'로만 사용하겠다는 의지"
사업명은 한국 해군 첫 잠수함인 장보고함의 정신을 계승한 차세대 모델(Next generation)이자, 핵추진(Nuclear powered) 방식을 적용해, 첨단 신기술(Neo technology)을 집약한 잠수함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장보고 N 프로젝트'로 명명됐습니다.
국방부는 이날 핵추진잠수함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확고한 핵 비확산 의무 이행을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국제 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핵비확산 의무를 투명하고 확고하게 이행해 나가겠다"며 세 가지 사항을 약속했습니다.
우선 어떠한 형태의 핵무기도 보유하지 않으며, 핵무기를 개발하지도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미국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핵추진잠수함 추진 체계에 필요한 핵연료인 저농축우라늄 확보와 관리 과정 전반에 걸쳐 핵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아울러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공동으로 핵추진잠수함에 적용 가능한 안전 조치 체계를 구축하고, 높은 수준의 핵 비확산 의무를 이행해 나가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문근식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원은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으로는 핵무기를 만들 수 없는 만큼 이번 정부의 발표는 핵 개발은 하지 않고 핵을 오로지 잠수함의 추진체로만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비확산 모범국으로 의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20% 미만 저농축우라늄을 잠수함의 연료로 사용하더라도 기술적으로 핵연료봉 교체를 10~15년 주기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국가 산업 발전 프로젝트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습니다. 건조에만 10년 이상이 걸리고, 운용은 30년 이상 해야 하는 핵추진잠수함 사업을 40여년 조선·원자력·방산을 잇는 국가 산업 발전 프로젝트로 추진해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입니다.
안 장관은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통해 축적되는 기술과 인프라는 연관 산업 전반으로 확산돼 국가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며 "핵추진잠수함 개발은 4만개 이상의 안정적이고 질 높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의 산업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안 장관은 "국가 차원의 핵심 전력 획득 사업인 핵추진잠수함 사업이 대한민국 해양 안보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역사적 이정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모든 국가 역량을 결집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 잠수함사령부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해군사관학교 4학년 전재현 생도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 맡아야
앞서 해군이 지난주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위한 첫 절차인 '소요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정부가 이날 핵추진 잠수함 개발 시작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면서 이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핵연료 확보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것도 현실입니다.
핵추진잠수함 사업은 크게 잠수함 플랫폼 개발, 원자로 기반 추진 체계 개발, 탑재 장비 확보, 핵연료의 안전한 취급·관리·운용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 시설 구축 등으로 구분해 추진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를 종합적으로 추진하고 관리할 콘트롤 타워와 법적 기반 구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이날 토론에서 미래국방전략위원인 김성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 사업은 단순히 국방부만의 사업이 아니라 산업통상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외교부 등이 참여해야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법적 근거를 갖는 범점부적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초대 잠수함사령관을 역임한 윤정상 예비역 해군 소장은 토론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컨트롤타워를 맡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기본계획 발표를 지켜본 문 객원연구원도 "청와대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핵추진잠수함 사업단을 설치 해야 한다"며 "사업 관리 조직, 핵연료 확보, 핵추진잠수함 특별계정 등을 규정한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핵추진잠수함 개발의 핵심인 핵연료 확보 역시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이 부분은 이 대통령이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한 것처럼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미는 핵추진잠수함 개발과 원자력 협정 개정 등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이행을 위한 첫 회의를 다음달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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