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총수와 이사회)④의장 분리만으론 부족…이사회 독립성 검증대
주요 기업 위원회 확대…사외이사 중심 체제 강화
실제 이사회 독립성 확보 여부 중요 평가
2026-06-02 06:00:00 2026-06-02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5월 29일 17:2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되면서 국내 대기업 이사회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총수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며 경영과 주요 의사결정을 직접 주도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총수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하려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일부 그룹은 여전히 총수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를 유지하며 기존 지배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상법 개정 이후 달라지고 있는 총수와 이사회 간 권한 구조, 책임 범위, 그리고 새롭게 요구되는 이사회의 역할을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국내 주요 그룹들이 총수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사외이사 중심 체제를 확대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했는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단순히 총수가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는지가 아니라 이사회가 총수와 경영진을 독립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지가 핵심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특히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 전체로 확대되면서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들도 사외이사의 실질적 독립성과 내부거래 감시 기능을 더욱 중요하게 보고 있는 분위기다.
 

(출처=연합뉴스)
 
위원회 확대·선임사외이사 도입…이사회 기능 강화 시도
 
29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그룹들은 사외이사 의장 체제와 함께 ESG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등을 확대하며 이사회 기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ESG 경영 흐름과 맞물려 사외이사 중심 위원회를 늘리는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해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했다. 또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만 참석하는 회의체인 사외이사회를 신설하는 등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한 별도 장치를 마련했다.
 
현대차(005380) 측은 "업무집행 및 감독 기능 강화를 위해 업무를 세분화하고 일정한 업무를 위원회에 위임함으로써 의사결정의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며 "이사회 내 위원회로는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보수위원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에서 이사 역량 구성표를 공개하면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출처=SK)
 
이외에도 주요 4대 그룹들은 다양한 이사회 내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경영위원회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SK(003600)는 △감사위원회 △인사위원회 △전략·ESG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LG(003550)는 △ESG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를 설치, 운영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과거에는 총수가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것만으로도 지배구조 개선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시장 눈높이가 훨씬 높아졌다"라며 "이사회가 실제 독립적으로 운영됐는지, 총수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었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독립성 위해 위원회 늘었지만…실제는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실제 이사회 독립성 강화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수와 의장을 분리한 이후에도 유상증자와 내부거래, 계열사 지원 논란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경영진 결정을 독립적으로 견제하기보다 사실상 추인하는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결국 위원회 설치 자체보다 실제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외이사 비중이나 위원회 숫자보다 실제 경영진 안건에 반대 의견이 제시됐는지, 소수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논의가 있었는지가 핵심이라는 의미다.
 
실제 국민연금은 사외이사 독립성과 내부통제 기능을 의결권 행사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에 따르면 독립성이 결여됐다고 판단되는 사외이사와 이사회 참석률이 저조한 후보, 장기 재직 사외이사 등에 대해서는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출석률이나 겸임 여부를 넘어 기업가치 훼손에 책임이 있거나 이를 적절히 견제하지 못한 이사회 구성원에 대한 반대 기조도 강화되는 추세다.
 
이외에도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 역시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주주 보호 기능을 이전보다 엄격하게 들여다보는 등 단순한 사외이사 비율보다 실제 거버넌스 운영 구조를 중시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 이후 이런 흐름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이사회는 유상증자와 합병, 자사주 정책, 내부거래 등 주요 안건에서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게 고려했다는 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절차를 거쳤다는 수준을 넘어 실제 견제 기능이 작동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문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IB토마토>에 "의장 분리 자체만으로 일부 지배구조 개선 평가는 가능하다"며 "다만 실제 시장에서는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 주주와의 소통 수준까지 함께 작동할 때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향후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는 총수의 전략적 리더십은 유지하되, 이사회는 보다 독립적으로 절차와 소수주주 보호를 점검하는 ‘책임경영+독립적 감독’의 혼합형 모델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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