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애셋]‘삼전닉스’ 추종 역외 코인 선물 확장…국내 대응은?
바이낸스, 무기한선물 출시
최대 20배 고배율 레버리지
국내법상 선물 편입 어려워
미·일·EU, 파생상품으로 편입
2026-06-05 11:11:55 2026-06-05 11:11:55
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범수 기자] 올해 초부터 탈중앙화거래소(DEX)에서 시작된 국내 주요 상장사 주식 추종 무기한선물 상품 거래가 최근엔 제도권 바깥에 있는 글로벌 가상자산(디지털자산)거래소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무기한선물은 만기가 있는 기존 전통금융 선물과 달리 만기가 없고, 24시간 거래되는 디지털자산 시장만의 독특한 상품입니다. 고배율 레버리지를 위한 역외 파생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자 주의와 정교한 제도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바이낸스에서 지난 2일부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를 추종하는 무기한선물 거래지원을 시작했다. 이를 형상화했다.(이미지=디지털애셋)
 
국내 이용자들은 거래 불가
 
세계 최대 글로벌 디지털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지난 2일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주가를 추종하는 무기한선물 상품에 대한 거래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바이낸스는 이미 국내 주식으로 구성된 블랙록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종하는 무기한선물 상품을 출시한 바 있고, 테슬라 등 미국 주식을 추종하는 무기한선물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 단일 종목 추종 상품 출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만, 국내 이용자는 이 상품들을 거래할 수 없습니다. 바이낸스는 이 상품 출시와 동시에 “이 상품과 서비스는 고객의 지역(한국)에서 이용이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공지했습니다. 시장에서는 국내법상 규제를 우려해 이용자의 거래를 막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국내 단일 주식을 추종하는 무기한선물 상품을 출시한 건 바이낸스가 처음이 아닙니다. 이미 코스피가 급등하기 시작했던 올해 초부터 DEX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거래지원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하이퍼리퀴드, 팬텀, 라이터 등 DEX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국내 주요 주식에 대한 무기한상품을 거래지원 중입니다.
 
디지털자산 업계가 전통금융자산을 무기한선물에 올리려는 이 같은 시도는 결국 수익 다각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25년 10월 폭락 사태 이후 디지털자산 시장은 큰 침체기를 맞았고, 거래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 상품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 대안으로 전통금융 상품들을 추종하는 무기한선물이 등장한 것입니다. 무기한선물은 따로 해당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아도 되고, 제도권 바깥에 있어서 자유롭게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거기다 거래 시간과 규모가 한정된 기존 선물 시장과 달리 제약 없이 거래를 할 수도 있고 고배율 레버리지도 가능해 수요도 많습니다. 지난 3월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원유 가격이 오를 때 DEX 하이퍼리퀴드에선 원유 선물 거래대금이 1조원을 넘어서며 대장주 BTC(비트코인)를 이어 이 거래소의 거래 대금 규모 2위를 차지한 바 있습니다.
 
자금 유출, 투자자 위험 커져
 
국내 주식 추종 무기한선물 상품이 소규모 DEX를 넘어 세계 최대 디지털자산거래소까지 확장되면서 이용자 피해와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바이낸스의 국내 주식 추종 무기한선물은 레버리지를 20배까지 적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 단일 종목 ETF 레버리지가 2배로 제한되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입니다. 이는 특정 국가의 규제를 받지 않는 글로벌 디지털자산거래소라는 특성 탓에 가능한 현상입니다.
 
고배율 레버리지가 가능하다는 것 때문에 조속한 규제 마련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같은 규제가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다는 게 문제로 꼽힙니다. 무기한선물에 대한 국내 법적 정의부터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당국 안팎의 의견을 종합하면, 국내 자본시장법 제5조는 파생상품 선물을 ‘기초자산 등에 의해 산출된 금전 등을 장래의 특정 시점에 인도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장래 특정 시점이라는 명문화된 규정이 있어서 만기가 없는 무기한선물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역외 무기한선물 거래를 형법상 도박장개설죄로 의율하는 것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해외 사업자라 처벌도 어렵고 어디까지나 사후 처벌일 뿐 정상적 규제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미국, 제도권에 편입해 규제
 
한국과 비슷한 고민을 했던 미국의 경우 최근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는 지난달 29일 “비트코인 가격과 연동된 무기한선물 BTCPERP 상장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승인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간 코인베이스나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이 미국 내에서 거래된 적은 있지만, 5년 정도의 장기간 만기 상품의 외형과 함께 펀딩비를 적용한 우회적 방식이 사용됐습니다. 외관은 전통금융의 선물 상품이지만 실질은 무기한선물인 구조를 택한 것인데, 이번에는 합법적 규제를 받는 최초의 무기한선물 상품이 나온 것입니다.
 
CFTC가 칼시의 무기한선물 상품을 승인한 것은 무기한선물을 미국의 상품 규제로 편입하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앞서 조 바이든 정부 때는 무기한선물을 미국 상품거래법상 만기 없는 계속적 계약으로 정의하는 스왑에 가깝다고 보고, 이를 규제하는 정책을 유지했습니다. 일례로, CFTC는 2023년 무기한선물을 스왑으로 규정하고 바이낸스를 제소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무기한선물을 선물로 편입해달라”는 업계의 요청과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이번에 최초로 규제에 편입된 무기한선물 상품이 나온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칼시의 발표 이틀 전인 27일 “반디지털자산 세력이 무기한선물 등 혁신을 해외로 몰아내 미국 내 디지털자산 산업을 거의 파괴할 뻔했지만 내가 이를 구해냈다”며 무기한선물의 미국 내 규제 편입을 지지한 바 있습니다.
 
각국의 무기한선물 규제 현황.(이미지=디지털애셋)
 
국내도 조속한 정책·입법 필요
 
국내에서는 미국과 달리 선물 정의 자체를 ‘만기가 있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무기한선물의 경우 해외 입법례를 참고한 정책 설계와 새로운 입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의 경우 무기한선물을 기존 전통금융의 파생상품으로 편입해 규제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2020년 금융상품거래법을 개정해 레버리지 제한 등을 명시하며 편입했고, EU는 파생상품 관련 법의 해석을 확장해 기존 금융규제(MiFIDⅡ)로 편입했습니다. 한 가상자산 전문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이 아닌 별도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 디지털자산거래소를 중심으로 선물 등 파생상품을 허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일본처럼 레버리지 2배 제한을 두거나, 미국처럼 장기 만기 선물로 시작해서 확장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범수 기자 cmsbumsu@digitalasset.works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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