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현대차그룹이 로봇 전문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100%를 확보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현실화될 경우 일본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잔여 지분을 모두 사들여 온전한 경영권을 거머쥐겠다는 구상으로, 이사회 내 신속한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해 피지컬 인공지능(AI)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목적이란 분석입니다. 또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구조를 단순화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고, 확보된 실탄으로 상속 문제 등 지배구조 이슈를 해결하겠다는 판단도 깔린 것이라는 관측도 뒤따릅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냉장고를 들어 나르고 있다.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유튜브)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는 순차적으로 이사회를 열고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약 10%를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구조는 현대차 28%,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2.6%, 기아 17.2%, 현대모비스 11.3%, 현대글로비스 11.25%, 소프트뱅크 9.65%로 나뉘어 있습니다. 소프트뱅크의 잔여 지분을 모두 확보해 100%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6월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이후 수차례에 걸친 유상증자 등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분율은 90% 이상으로 높아졌고 소프트뱅크의 지분은 희석됐습니다. 당시 계약에는 정해진 기간 동안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프트뱅크가 잔여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과 현대차그룹이 해당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매수청구권)이 포함됐습니다. 소프트뱅크의 풋옵션 행사 기간은 이달 21일부터 ‘30일 이내’로 이 기간이 지나면 현대차그룹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이 기간 동안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지분을 인수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온전히 품에 안을 것으로 점치는 시각이 많습니다. 완전자회사 편입 시 실익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먼저,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미래가치가 큰 자회사의 지분을 비교적 저렴한 값에 사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소프트뱅크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9.65%의 인수 금액은 과거 인수 시점의 기업가치를 고려한 3억2500만달러(약 4900억원)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는 30조원에 달합니다. 3조원에 육박하는 가치의 지분을 싸게 사들일 기회인 셈입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기업가치가 10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 등을 비춰보면, 지분 인수에 성공할 경우 저평가된 가격에 미래가치가 큰 핵심 자산을 선점하는 효과를 누리게 됩니다.
또한 잠재 가치가 큰 알짜 계열사를 완전 소유함으로써 미래 먹거리인 로봇 사업의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100%의 지분을 확보해 외부 개입을 차단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경영 실행력을 높여 급변하는 피지컬 AI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또한 지분 구조를 단순화하는 등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IPO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입니다. 미국 나스닥은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안정성과 신속한 의사결정 능력을 엄격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오랜 난제인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특히 현대모비스가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 회장의 지분은 0.33%로 미미합니다. 결국 정 회장이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 7.47%를 상속·증여 받는 등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고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 마련이 필수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강력한 현금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지분 구조 단순화에 따라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정 회장이 보유한 개인 지분가치가 크게 불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되면 경영 안정성 등이 더 부각돼 IPO에 보다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가 현재 거버넌스 측면에서 부합하지 않는 만큼, 실제 인수가 이뤄질 경우 전반적인 체질 개선과 지배력 차원에서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