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5조원 규모의 성수동 개발 테마를 등에 업고 1년 새 급등했던
삼표시멘트(038500) 주가가 최근 반년 사이 고점 대비 반 토막 났습니다. 테마 뒤에 가려졌던 실적 부진이 숫자로 확인된 데다, 최근 오너 3세 중심의 개인회사 설립 및 경영권 승계 관련 사법 리스크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소액주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21일 기준 장중 삼표시멘트 주가는 1개월 내 5.84%, 3개월 내 27.21%, 6개월 내 56.88%의 하락률을 보입니다. 1년 전에 비해 여전히 107% 오른 가격이지만, 6개월 내 고점 대비로는 절반 넘게 후퇴했습니다. 주가 급락의 일차적 원인은 펀더멘털의 악화와 부동산 테마 지연 등이 꼽힙니다. 건설 경기 침체 여파로 올 상반기 삼표시멘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9%, 당기순이익은 약 41% 급감했습니다.
주가를 견인했던 성수동 옛 레미콘 부지 79층 랜드마크 건립 사업 차질 영향도 커 보입니다. 지난 5월 국방부가 방공 작전을 이유로 고도 하향을 요구한 데 이어, 8월에는 국토교통부가 심의를 보류했습니다.
그룹 전반으로 번진 지배구조 및 사법 리스크도 상존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4년 8월, 삼표산업이 오너 3세(정대현 수석부회장) 소유의 '에스피네이처'를 부당 지원했다며 1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삼표산업)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수사를 확대해, 경영권 승계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약 74억원 규모의 부당 지원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공정위 고발 대상에 없었던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2025년 11월 공정거래법 위반 및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올해 4월 열린 첫 재판에서 정 회장 측은 "정당한 거래였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규제 당국의 감시 속에서 에스피네이처는 올 반기 중 계열사인 '에스피에스엔에이'를 흡수합병했습니다. 계열사 내부거래에 편중됐던 사업 범위가 넓어진 합병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내부거래 비중을 분산시키고 승계 핵심 기업의 덩치를 키우기 위한 선제적 지배구조 개편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너 일가의 새로운 개인회사 설립이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정대현 부회장은 2024년 2월 지분 100%를 출자해 '유형개발'을 설립했습니다. 그런데 유형개발의 대표 품목은 '석회석'으로, 삼표시멘트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삼표자원개발'의 주력 사업과 일치합니다. 정 부회장이 삼표시멘트의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만큼, 상장사가 누려야 할 사업 기회가 오너 100% 개인회사로 분산되는 '부의 이전(터널링)'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47조 제1항 제2호는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해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 기회를 특수관계인 또는 특수관계인이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상법 제397조의2(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 금지)는 이사가 이사회의 승인 없이 현재 또는 장래에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사업 기회의 이용을 위해서는 이사회의 3분의 2 이상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연대는 “이러한 규정의 취지에 따라, 유형개발의 설립 및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삼표시멘트 또는 삼표그룹 계열회사의 사업기회가 정대현에게 제공되거나 유용된 사실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아직 연대로부터 공문이 접수된 게 없다”며 “문서 수령 후에 사 측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밸류업 프로그램 등 자본시장 내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강력하게 요구되는 시점에서, 승계를 고려한 지배구조 개편은 장기적인 밸류에이션 할인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삼표시멘트 한 주주는 “주가가 7000원 선을 내주며 지지선이 무너졌다”며 “회사 가치를 훼손하는 오너 리스크에 대한 해결이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주주는 “그룹 내 핵심 계열사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주주들이 납득할 만한 수익 창출이나 성장 비전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한편에선 “핵심 모멘텀인 성수동 부지 개발이 국토교통부 심의나 정치·행정적 요인으로 자꾸 지연되면서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