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와 관련해 후속 정책을 시사하면서 금융당국도 추가 대책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일괄 제한하는 등 초고강도 조치 외에도 추가 카드를 내놓겠다는 것입니다. 부동산과 대출 수요 억제에 변수가 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인뱅) 추가 인가, 지분형 모기지 정책 등은 줄줄이 표류하고 있는데요. 금융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당국, 추가 대출 규제 검토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출규제와 관련해 "맛보기에 불과하다"며 후속 정책을 시사하면서 금융위원회는 유사시 추가 대책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시행된 대출규제에 대한 시장 반응을 모니터링한 후 필요시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 등 추가 규제 카드를 내놓겠다는 것입니다.
앞서 지난달 27일 정부는 △수도권·규제지역 추가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금지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한도 6억원으로 제한 △수도권·규제지역 생애최초 LTV 80%→70% 강화 및 6개월 내 전입의무 △신용대출 연 소득 이내로 제한 등을 발표하고, 다음날인 28일부터 해당 규제를 전격 시행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대출규제와 관련해 "맛보기에 불과하다"며 "수요억제책과 공급확대책 등 (준비 중인) 부동산 관련 정책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안 그래도 좁은 국토에 수도권 집중이 심화하는 상황"이라면서 "투기적 수요가 사실 부동산 시장을 매우 교란하고 있어 전체 흐름을 바꿀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대출 중심의 규제로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금융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금융위가 지난달까지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던 제4인뱅 예비인가 심사 결과, 지분형 모기지 로드맵 등은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입니다.
당초 금융위는 지난 3월 제4인뱅 신청 접수 결과를 공개하면서 6월까지 심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에도 "(제4인뱅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6월에는 준비는 마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금융위 발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현재 당국은 제4인뱅 예비인가 신청서 접수를 완료하고 심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한국소호은행, 소소뱅크, AMZ뱅크, 포도뱅크 등 4곳이 인가전에 뛰어들었습니다. 금융당국에서는 서류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단순한 서류상 문제가 아니라고 분석이 나옵니다.
당국은 포용금융 및 중금리대출 확대를 제4인뱅 인가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금융 취약계층의 대출 문턱을 낮추고, 저축은행·캐피탈·카드사 등 2금융권 대비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해 이자 부담을 완화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주택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가계대출 규제 강화 기조에서 중금리대출 활성화 정책은 우선순위에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대출 중심의 규제로 부동산 시장을 관리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금융정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의 영업점 앞에 걸려있는 주택담보대출 안내판 모습. (사진=뉴시스)
제4인뱅·은행대리업 줄줄이 표류
청년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기 위한 '지분형 모기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분형 모기지는 개인의 주택 구매 과정에서 주택금융공사(주금공) 등 정책금융기관이 지분 투자자로 참여해 매수자의 대출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입니다. 집값이 10억원이라고 하면 내 돈 1억~2억원 정도와 은행 대출 3~4억원, 주금공 지분 출자금 5억원 등으로 개인이 집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런 내용을 담은 지분형 모기지 추진 계획을 지난 3월 발표한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급증하는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해당 정책을 고민하고 있으며 6월 로드맵 발표에 이어 시범사업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집값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지분형 모기지 정책 추진을 뒤로 늦춰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런 우려감을 이유로 지분형 모기지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정책기금이 시장에 풀리면 집값 부양 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금융위의 지분형 모기지 도입은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은행 대리업 제도 역시 추진이 불투명해졌습니다. 이 제도는 우체국 등 제3자를 활용해 예·적금, 대출 등 은행 고유업무를 대리하도록 해 취약계층의 대면거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입니다. 지방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위가 추진하던 정책입니다. 올해 초 업무계획에서 6월 시범 운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입니다.
예정된 금융정책 일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정책 신뢰도가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업 특성이 인가업인데,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수록 사업 영위와 전략 수립이 어려워집니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금융당국 수장 인사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정부 조직개편을 통해 금융당국이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는 금융위가 중대한 금융정책을 주도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도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4인뱅을 준비하는 사업자들은 당국의 명확한 입장 없이 무기한 대기 상태에 있다"며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에 기존에 발표한 금융정책들이 전면 수정되거나 좌초된다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지기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해온 금융정책들이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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