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의 수상한 '손상차손'...김동주·자베즈 ‘엑시트’ 의혹
2025-07-17 06:00:00 2025-07-17 06:00:00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MG손해보험 주요 부실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투자자산 손상차손’이 김동주 전 대표 재임 시절 공격적으로 투자한 대체투자 자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투자 손실을 반영한 시점이 김 전 대표 퇴임, 대주주 변동 시기와 맞물리며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옵니다. MG손보를 넘겨받은 JC파트너스의 ‘빅베스(대규모 손실 인식)’도 예견됐다는 분석입니다. 
 
MG손보 부실 관련 CEO와 대주주 변화 타임라인. (그래픽=뉴스토마토)
 
흑자전환 무색, 2년 만에 적자전환
 
MG손해보험 당기순이익은 지난 2020년부터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흑자 전환과 역대 최대 이익을 달성했던 게 무색할 만큼 2년 만에 실적이 고꾸라졌습니다. 적자 전환의 가장 큰 원인은 투자영업손익의 부진으로 꼽힙니다. 16일 MG손보 경영공시에 따르면 구체적인 손익 추이는 △2020년 -1006억원 △2021년 -617억원 △2022년 -621억원 △2023년 -832억원 △2024년 -1431억원입니다. 
 
적자로 전환된 2020년 투자영업손익은 전년(1707억원) 대비 56.7%(968억원) 줄어든 739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당해 전체 손실 폭에 맞먹는 투자 손실 규모입니다. 2021년 소폭(390억원) 수익이 늘어 1128억원까지 회복됐지만, 투자 손실이 급격히 불어나며 △2022년 -421억원 △2023년 -972억원 △2024년 -204억원 등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부터 5년 동안 인식한 손실 규모는 모두 189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MG손보의 대규모 부실을 야기한 대체투자는 김 전 대표 임기 시절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MG손보는 김 전 대표가 첫 임기를 시작한 2016년경부터 해외 채권과 항공기,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려왔습니다. 그의 임기 1년차가 되는 2017년까지 흑자 전환 달성을 시현하기 위한 경영 행보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투자손실은 보험사의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구 RBC, 현 K-ICS)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지급여력비율은 모든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을 의미하는데, 누적된 투자 손실로 보유 자산 가치가 줄어들어 가용자본(자산-부채)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MG손보 지급여력비율은 흑자 전환 이후 내실 경영을 지속하며 120~130% 수준으로 개선됐다가 2020년부터 투자 손실 증가가 반영되면서 10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2022년에는 50%대로 진입하며 당국의 권고치를 하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지급여력비율을 살펴 경영개선조치(권고→요구→명령)를 취하고, 나아가 자본잠식 등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고 판단될 경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MG손보는 누적된 투자 손실로 몇 차례 최고 높은 수위의 경고 조치인 경영개선명령에도 불구하고 자본 확충을 이행하지 못해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습니다. 
 
"투자심의위 안거친 투자 집행건 다수" 
 
일각에선 높은 손해율과 고위험 투자를 강행해 대규모 손실을 낸 김 전 대표와 직전 대주주였던 자베즈파트너스의 ‘엑시트’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경영권을 쥔 책임자들이 빠져나간 2020년부터 MG손보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2016년 4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 전 대표는 2020년 4월 자리를 내려놨고, 2013년 2월 부실화된 그린손해보험(현 MG손보)을 인수한 사모펀드(PEF) 위탁운용사(GP) 자베즈파트너스도 2020년 4월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통해 JC파트너스에 MG손보를 넘겼습니다. 
 
이에 JC파트너스는 2023년 4월 MG손보에 공문을 보내 인수 당시인 2020년부터 누적된 투자 손실과 적자 원인을 정확히 조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전 최대주주인 자베즈파트너스가 MG손보를 소유하고, 당시 최고경영자(CEO)던 김 전 대표의 경영 기조와 관련해 투자 절차의 적법성과 사후 관리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JC파트너스가 MG손보 투자 손실과 관련해 내부 절차상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한 결과, 2020년부터 3년간 MG손보가 인식한 대체투자 관련 손상차손 규모만 930억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JC파트너스 관계자는 “손상차손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흑자 전환을 노려볼 만한 손익 범위였다”며 “보험사들이 일반적으로 보험계약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선순위 등 비교적 안전한 운용 수익으로 커버하는데, MG손보는 투자 회수가 보장되지 않는 고위험 후순위에 집중 투자해 의문이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MG손보 자산부채와 대체투자 관리 미흡에 대해 금융당국에서도 경영유의조치를 내렸습니다. 금감원은 2023년 8월 △대체투자 관련 사전 검토·심사 및 사후 관리 강화 필요 △보험상품 손해율 관리 및 판매 전략 수립 강화 필요 △중장기 관점의 전략적 자산배분(SAA) 계획 강화 필요 등 3건의 경영 유의 사항을 통보했습니다. 당시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신규 대체투자 건 중 현지 실사 진행 건수 비중은 약 19%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대체투자 대상에 현지 실사를 하도록 한 내부 규정에 반한 것입니다. 
 
현지 실사 수행 시에도 내규에서 정한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지 않고 임의로 점검하는 등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투자순위 선정과 기초자산·해외투자 등에 대한 투자 형태별·산업별·투자 국가별 한도 관리가 미흡해 특정 부문 부실에 따른 집중 위험이 상존한 상황이라고 당국은 진단했습니다. 또한 2018년부터 1년간 진행된 부동산 펀드 투자 중 30% 이상 재원을 특정 자산운용사에서 취급하는 펀드에 집행하며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 논란도 더해졌습니다. 
 
MG손보의 사정을 잘 아는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일정 규모가 넘어가는 투자를 하려면 (내부에서)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를 개최해 의결을 통과해야지만 가능한데, 투심위도 안 거치고 투자를 집행한 건들이 꽤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자베즈파트너스로부터 MG손보를 넘겨받은 JC파트너스도 어느 정도 경영 악화를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수 직후 막대한 투자자산 손상을 입고도 채권을 매각하기보다는 일시에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는 ‘빅베스’를 단행했습니다. 다만 손실에 대해선 유상증자 등 자구책을 내놓았었습니다. 이는 JC파트너스가 대규모 투자 손실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점을 회계상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MG손해보험 간판. (사진=뉴시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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