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유영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으로 동결했습니다. 예견된 결정이지만 업권별 희비가 교차하는 상황은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은행과 보험업계는 기준금리 동결을 반겼지만, 카드업계는 조달 부담이 지속되며 어려운 상황을 호소합니다.
"높은 부동산 가격과 환율 불안 감안"
금통위는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7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 동결입니다. 금통위는 "높은 부동산 가격과 환율 불안 등 대외 리스크를 고려해 금리 조정을 유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등 수도권 주택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내리면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를 인하했을 때 부동산 가격 가속화 위험이 있다"며 "수도권 집값이 소득 수준이나 사회 안정 유지에 과도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부동산 가격 상승이 경제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며 "고통이 따르더라도 구조 개혁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총재는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소득 수준을 고려할 때 너무 높은 수준"이라고 재차 지적하면서 "금리로 부동산을 완벽히 조절할 수는 없는 만큼 통화정책이 부동산 과열을 부추기지 않도록 신중히 대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시장금리 '꿈틀'…은행 대출금리도 상승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시중 대출금리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의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4.15%로, 전월 4.10%대비 0.05%p 상승했습니다. 지난 6월 4.07% 이후 석 달 연속 상승세입니다. 기준금리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는 '시장금리'가 반등했기 때문인데요. 시장금리는 향후 기준금리 흐름을 선반영해 움직이는 특성이 있습니다. 당초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하락했던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질 것으로 보이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AAA) 금리는 지난달 30일 3.005%에서 이달 1일 3.025%로 올랐습니다. 은행채 금리가 3%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반년 만입니다. 은행채 금리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정금리의 주요 지표로 활용됩니다. 여기에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까지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9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52%로 전월보다 0.03%p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오다 1년 만에 상승 전환한 것입니다.
은행권도 즉각 금리 조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16일부터 코픽스 변동분을 반영해 주택담보대출(신규취급액 기준·6개월 변동) 금리를 3.85~5.25%에서 3.88~5.28%로 인상했습니다. 같은 기준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3.60~5.00%에서 3.63~5.03%로 올렸습니다. 우리은행 역시 주담대 금리를 3.79~4.99%에서 3.82~5.02%로 조정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를 이미 낮춘 상태에서 이미 높은 수준의 대출금리를 내릴 요인이 거의 없다"며 "당국 기조에 맞춰 가계부채 관리도 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기준금리 동결은 은행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결정으로 조달비용 부담은 줄고, 예대마진은 유지할 수 있는 구조"라고 평가했습니다.
보험 "킥스 안정성 확보…중소형사 숨통"
보험업계도 기준금리 3회 연속 동결에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보험사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기준금리와 연동되는 만큼,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경우 재무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킥스는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해도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재무건전성 지표로 기준금리가 하락할 때 함께 떨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p 하락할 경우 생명보험사 킥스는 12.5%p, 손해보험사 킥스는 9.1%p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19개 주요 보험사의 평균 킥스는 지난해 말 206.7%로 전분기 218.3% 대비 11.6%p 하락했습니다. 이후 올해 1월 기준금리가 0.25%p 인하되자 3월 말 킥스는 197.9%로 8.7%p 추가 하락했습니다. 반면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진 6월 말에는 206.8%로 8.9%p 반등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지급여력비율 관리에 힘쓰는 상황에 기준금리 동결은 좋은 요소"라며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사에게는 더 기쁜 소식"이라고 전했습니다.
카드사 "조달비용 부담…금리 인하 절실"
카드업계는 이번 금리 동결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카드사는 예금 기능이 없어 자금 조달을 위해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을 발행하는데, 이 여전채 금리는 기준금리와 밀접하게 연동되기 때문입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2일 기준 AA+등급 3년물 여전채 금리는 3.07%에서 5월 2.75%로 0.32%p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지고 투자 수요가 불안정해지자 지난 22일 2.82%로 0.07%p 상승했습니다.
이재명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면서 카드론 규제까지 강화된 점도 부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비용 중 대부분은 조달비용인데, 현재 업황이 좋지 않아 기준금리 인하가 절실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창용 총재가 2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