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2만3000년 전 아메리카에 사람이 살았다"
남겨진 발자국이 다시 쓰는 인류 역사
2025-07-02 09:31:57 2025-07-02 15:24:09
뉴멕시코주 화이트 샌즈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인간 발자국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인간 활동이 약 2만3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이전 추산보다 약 1만년 더 이른 시점이다. (사진=David Bustos, White Sands National Park)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미국 뉴멕시코주에 위치한 화이트 샌즈 국립공원(White Sands National Park)은 스스로 ‘지구상 어디에도 없는 곳(Like No Place Else on Earth)’이라고 표방합니다. 이곳은 마치 다른 행성을 연상케 하는 기이한 풍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발견된 발자국이 지금껏 알려진 북아메리카 대륙 최초 인간의 흔적을 무려 1만년이나 앞당기면서 학계에 충격을 던져주었습니다. 
 
지난 2021년 미국 국립공원관리국(National Park Service)과 영국 버너머스 대학교(Bournemouth University) 연구팀은 화이트 샌즈의 고대 호수 바닥에서 놀라운 발견을 했습니다. 약 2만3000년 전의 인간 발자국이 점토층에서 선명하게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이 발자국은 클로비스 문화(Clovis Culture)의 유물보다 약 1만년이나 더 오래된 흔적으로, 지금까지 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였던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인간 정착 연대(약 1만3000년 전)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습니다. 
 
이 놀라운 연구에 참여한 애리조나 대학교(University of Arizona)의 밴스 홀리데이(Vance Holliday) 교수는 이 지역의 특수한 지질 환경이 발자국 보존에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화이트 샌즈는 수만년 전 거대한 호수가 마르면서 생긴 석고 모래 언덕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인간의 발자국은 이 호수의 바닥이었던 점토층에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홀리데이 교수는 “우리는 처음부터 이 연대 결과를 의심하지 않았다”며 “2021년 처음 발견 이후, 이를 뒷받침할 추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노력은 결실을 맺었습니다. 최근 발표된 새로운 연구는 발자국 주변 진흙층의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을 통해 이 점토층의 연대를 재확인했습니다. 이 진흙의 연대는 2만700년에서 2만2400년 사이로 측정되었으며, 이는 발자국의 연대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결과였습니다. 이 결과는 지난 6월18일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되었습니다. 
 
연대 측정을 위한 트렌치들과 빨간색으로 표시된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사진=Science Advances)
 
이번 연구는 특히 발자국 연대 측정에 세 가지 다른 재료(씨앗, 꽃가루, 진흙)를 이용했고, 서로 다른 실험실에서 독립적으로 분석해 결과의 신뢰성을 높였습니다. 홀리데이 교수는 “서로 다른 방법과 실험실에서 측정된 총 55개의 방사성탄소 연대 결과가 모두 일치한다는 것은 이 결과가 잘못될 확률이 극히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일찍 북아메리카에 도착한 인류가 남긴 유물이나 정착지의 흔적은 왜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일까요? 연구진은 이에 대해 “당시 사람들은 자원을 매우 신중히 사용했기 때문에 쉽게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홀리데이 교수는 “유물을 그냥 버리지 않았을 것이며, 특히 생존을 위한 도구들은 끝까지 사용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유물이 발견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합니다. 
 
이번 발견은 단지 북아메리카의 인류 역사를 새로 쓰는 데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류가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시기와 경로를 재구성해야 하는 과제를 학계에 던진 것입니다. 화이트 샌즈에서 발견된 이 고대의 발자국은 앞으로 더 많은 연구자들이 고고학적 탐사를 통해 미지의 역사를 밝혀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이제 겨우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라는 홀리데이 교수의 말처럼, 화이트 샌즈의 발자국은 아직 풀리지 않은 인류 역사의 비밀을 간직한 채 학자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독특한 풍광을 가진 미국 화이트 샌즈 국립공원. (사진=White Sands National Park)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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