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세계 첫 돼지 폐 이식"…장기 부족 해법 신호탄 될까
광저우대 의료진, 이식 후 9일간 생존
"놀라운 진전이지만 갈 길은 멀어"
2025-08-27 09:32:52 2025-08-27 14:19:57
돼지-인간 폐 이종이식 수술 절차의 실험적 개요 및 수술적 및 임상적 특징. (사진=Nature Medicine)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전 세계에서 매일 13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숨을 거둡니다. 특히 폐는 기증자가 극히 부족하고, 또 이식 자체가 까다로워 ‘마지막 관문’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 연구진이 유전자 조작 돼지의 폐를 뇌사자에게 이식해 9일간 생존시켰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세계 언론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세계 첫 시도, 9일간 기능 유지
 
이 연구는 광저우 의과대학 연구진이 주도했으며, 지난 8월25일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됐습니다. 연구팀은 중국 바마 시앙(Bama Xiang) 기증 돼지의 왼쪽 폐에 여섯 가지 유전적 변형을 가해 인간 면역체계의 초급성 거부반응을 차단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이종 이식은 최근 몇 년간 연구의 뜨거운 분야로 부상했으며, 심장, 신장, 간 등이 돼지로부터 인간에게 이식된 장기 중 일부입니다. 후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특정 돼지 유전자를 제거하고 특정 인간 유전자를 삽입하는 유전자 변형을 통해 수혜자의 몸이 장기를 거부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 수정됩니다. 
 
대상은 뇌출혈로 뇌사 판정을 받은 39세 남성. 수술 직후 이식된 폐는 정상적으로 혈액순환을 유지했고, 감염 징후도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이식된 폐가 216시간, 즉 9일 동안 기능을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식 24시간 후부터 폐가 체액 축적과 손상 징후를 보였고,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투여했음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항체 공격으로 심각한 손상이 나타났다고 보고했습니다. 
 
“조건부 성공…독립적 기능은 불명확”
 
뉴욕대 랑곤 이식 연구소의 폐 이식 외과의사 저스틴 찬(Justin Chan) 박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흥미롭고 유망한 연구지만 단 한 명에 대한 결과이며, 조건부 성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폐가 환자를 독립적으로 유지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 수술이 놀랄만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돼지 폐 이식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은 아니라고 선을 듯고 있습니다. 특히 폐는 외부 환경에 직접 노출돼 있어 감염과 염증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식이 특별히 어려운 장기라고 말합니다. 
 
옥스퍼드대 피터 프렌드(Peter Friend)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뇌사 자체가 급성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찰된 일부 반응은 뇌사 상태와 관련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장기 부족의 대안? 아직 갈 길 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필요한 장기 이식 수요 중 10% 미만만 충족됩니다. 이 때문에 이종장기이식(xenotransplantation)이 ‘장기 부족 위기’를 해결할 열쇠로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1년에는 돼지 신장이 처음으로 인간에게 이식돼 일주일간 기능을 유지했고, 2022년에는 메릴랜드대 연구진이 말기 심부전 환자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해 2개월 생존을 기록했습니다. 일부 환자의 경우 돼지 신장이 수개월간 정상 기능을 유지하며 생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폐는 그 특성상 감염과 면역 반응 위험이 크고, 허혈-재관류 손상도 심각해 여전히 가장 어려운 장기로 꼽힙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면역 억제 요법의 최적화 ▲유전적 변형의 정교화 ▲폐 보존 전략 강화 ▲급성기 이후 기능 평가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피셔 교수는 또 다른 해법으로 “기증자 폐를 치료·복원해 사용하는 방법”을 꼽았습니다. 그는 “이 방법은 수개월 내 적용 가능하며, 수년 안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옥스퍼드대 프렌드 교수는 줄기세포를 활용한 장기 재구성, 돼지나 양 내부에서 인간화된 장기 배양 등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이번 실험은 세계 최초의 돼지 폐-인간 이식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평가합니다. 이번 실험이 돼지 장기가 인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상징적 사건이지만, 임상 적용까지는 면역 거부, 감염, 윤리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 1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미해결 문제들 때문에 폐 이종이식술은 가까운 미래에 임상 실무에 도입될 가능성이 낮다고 메릴랜드대 의과대학 심장 이종이식 프로그램 책임자인 무함마드 모히우딘(Muhammad Mohiuddin) 박사는 말합니다. 2022년에 돼지에서 인간으로의 심장 이식 수술을 처음으로 성공시켰던 모히우딘 박사는 사이언스뉴스(Science News)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학습 과정이다”라며 “수년간의 생존 기간을 곧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진전은 점진적일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장기 부족으로 수많은 환자가 죽음을 기다리는 현실에서, 돼지 장기 이식은 분명 ‘꿈의 해법’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실제 환자의 삶을 구하는 치료가 되기까지는 과학적·윤리적 난제를 풀어야 하는 긴 여정이 남아 있습니다. 
 
논문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5-03861-x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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