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교사 10명 중 9명, 극심한 스트레스"
호주 연구진, "수업이 아니라 '행정 업무'가 교사를 무너뜨려"
2025-08-28 09:29:53 2025-08-28 14:14:15
많은 교사들이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bank)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호주 교사 10명 중 9명이 심각한 수준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70%는 “업무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대(UNSW) 연구진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초·중등 교사 5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교사들의 우울·불안·스트레스 수준은 호주 전체 평균보다 3~4배 높았습니다. 
 
이 연구를 이끈 헬레나 그란지에라(Helena Granziera) 박사는 “이는 단순히 개인의 건강 문제가 아니라 교원 인력 유지와 직결된 구조적 위기”라며 “교사들이 지치고 떠나면 교육 현장은 돌이킬 수 없는 공백을 맞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수업 아닌 ‘비수업 업무’가 번아웃 원인
 
<교육 사회심리학>(Social Psychology of Education)에 지난 7월29일 게재된 ‘교사의 업무 부담, 이직 의도 및 정신건강(Teachers’ workload, turnover intentions, and mental health)’ 연구는 설문조사를 기초로 이루어졌는데, 교사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행정·자료 제출·각종 규제 준수였습니다. 응답자의 68.8%가 “업무가 거의 혹은 완전히 감당 불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시골·도서 지역 교사와 여성 교사가 우울증·이직 의향을 더 크게 호소했습니다. 
 
연구팀은 교사의 정신건강 저하가 단순히 개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수업 질 저하, 학생 성취도 하락, 학생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교사들도 “벼랑 끝”
 
비슷한 문제는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교사의 76%가 “업무 과중으로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생활 지도·행정 업무가 수업 준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진이 2023년 발표한 논문에서는, 한국 교사의 우울·불안 증상 비율이 일반 직장인보다 높고, 직무 스트레스가 이직 의도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많은 교사들이 학생 지도가 아니라 보고서 작성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 현실은 교직을 견디기 힘들게 만든다고 토로합니다. 
 
현직 교사들은 “밀려드는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의원들, 교육청이 요구하는 각종 공문 처리에서부터 노트북이나 패드 등 정보화 기기 관리 업무(분실 도난 사건 발생 시 담당 교사 등이 배상), 소방안전 등 학교 내 안전 업무 등 교육 외 업무가 너무나 많다. 생존수영 업무의 경우 일회성 안전교육인데 사전/사후 업무가 과다하게 이어진다”라고 현실의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교육이 본질을 이루어야 할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 직접 관련 없는 업무들이 교육을 침해한다는 것은 어이없는 본말의 전도현상입니다. 
 
“교사 돌보지 않으면 교육도 없다”
 
UNSW 연구진은 “경로 분석 결과, 교사의 업무량이 우울 증상 수준 증가와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이는 다시 이직 의도 수준 증가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교사들의 근무 조건 개선이 시급함을 강조하며, 이 집단에서 심각한 수준의 정신건강 문제를 인정하고 시정할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교사 정신건강을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UNSW 연구진은 행정 절차 간소화, 디지털 정신건강 지원 프로그램 도입, 학교 단위의 정기적 ‘교사 웰빙 모니터링’을 권고했습니다. 한국 교육학계 역시 “교사의 심리적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프로그램, 과도한 생활 지도 업무 경감” 등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교사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학생들의 학습 성취도와 교육 시스템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을 넘어, 교사 개개인의 삶의 질과 존엄성 문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부모, 친구, 그리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끊임없는 행정 업무와 과도한 책임감에 짓눌려 번아웃을 겪고 있는 교사들에게 '교육의 질'이나 '학생의 미래'만을 이유로 헌신을 요구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그들의 인간적인 가치를 훼손하는 일입니다. 
 
교사들의 삶이 존중받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교육 당국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학교, 학부모, 그리고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교사가 자신의 삶을 돌보며 행복하게 가르칠 수 있을 때, 그 긍정적인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교사의 웰빙은 더 이상 교육정책의 부차적인 요소가 아니라, 그 자체로 교육의 본질적인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교사들에게 더 이상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교사들의 마음이 건강하고 삶이 행복해야만 학생들도 진정으로 행복한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연구는 명확하고 시급한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 교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원이 필요하다”라는 헬레나 그란지에라 박사의 메시지는 우리도 들어야 할 외침입니다. 
 
논문 DOI: 10.1007/s11218-025-10113-w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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