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정부가 첨단산업·혁신기업 투자 확대에 자금을 집중하는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지만 저축은행업권은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 특성상 시중은행에 비해 차주의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기업대출 확대가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권협회장들을 소집해 생산적 분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금융권이 주택담보대출보다는 기업 여신이나 벤처 투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대출 위험가중자산(RWA) 산정 개편 작업에 착수하기도 했습니다.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확대가 화두가 되고 있지만, 저축은행의 사정은 정반대입니다. 저축은행은 지난 2~3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연체율이 급증했는데요. 이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기업대출, 특히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는 기조를 이어왔습니다. 이 중 중소기업 대출에서 연체율 상승이 나타나면서 해당 분야 대출을 축소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실제 올해 1분기(3월 말) 저축은행의 전체 기업대출 잔액(중소기업 대출 포함 전체 기업여신)은 약 48조2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조2000억원(2.4%) 줄었습니다. 1분기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약 45조895억원 수준이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8조3690억원(15.7%) 감소한 규모입니다.
1분기 전체 평균 연체율은 9.00%로, 전년 말(8.52%) 대비 0.48%p 상승했습니다. 대출 유형별로는 기업대출 연체율이 13.65%, 가계대출이 4.72% 수준입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연말까지 연체율을 5~6% 수준까지 낮출 것을 저축은행업권에 권고한 상태입니다.
저축은행의 특성상 현실적인 어려움도 뒤따릅니다. 무엇보다 기존 담보·신용 중심 영업에서 기술·사업성 평가로의 전환이 난관입니다. 저축은행은 1금융권과 달리 기업금융 심사 전문 인력이 많지 않고, 기업 신용 분석 시스템이 고도화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대출은 심사 비용이 많이 들고, 중소기업 대출은 금리 인하 압력도 있어 수익성 우려로 이어지게 됩니다.
또 통상적으로 담보·신용 기반 대출 중심으로 운영해왔는데, 첨단산업·스타트업과 관련한 기업대출은 무형 자산 중심이라 대출 연계가 어렵다는 점이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꼽힙니다.
장기적으로는 저축은행 내부 신용평가 모형 고도화 등을 통해 기업대출 심사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대형 저축은행은 기업금융, 중소형 저축은행은 지역 기반 대출 등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단순히 '기업대출을 늘려라'라는 요청을 하기보다는 자기자본비율(BIS) 개선이나 기업대출 확대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통해 업권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준다면 건전성 부담이 큰 상황에서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라며 "저축은행 업계도 장기적으로 신용평가 모델 고도화를 통해 생산적 금융 확대라는 정부 기조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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