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이재명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내정되면서 향후 정책 방향에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불리는 주 후보자가 그간 재벌이나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한 만큼 이러한 행위에 대한 규율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까닭입니다. 재계에서는 이재명정부 성장 중심 기조에 기대를 걸면서도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위발 규제 강화 가능성에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4일 인사청문 준비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로 출근하며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 후보자는 14일 서울 공정거래조정원 사무실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 첫 출근길에서 “경제적 강자의 갑질을 바로잡고 평등한 경제적 기회를 추구하는 건강한 시장 질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적 강자가 갑질을 행사해 약자들의 혁신과 성과를 가로막는다면 누가 혁신하고 누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겠느냐”며 “기업 간의 거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여겨지는 주 후보자는 1969년 전북 정읍 출생으로 서울 문일고를 나와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학·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미국 캔자스대 조교수를 거쳐 지난 2010년부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특히 주 후보자는 서울대분배정의연구센터 대표를 역임하는 등 분배적 정의와 소득불평등 연구에 매진한 학자로 꼽힙니다. 주 후보자는 2021년 대통령 선거 당시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 캠프에서 경제2분과위원장을 맡아 분배 정책 설계를 총괄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정책 자문기구로 거론됐던 ‘성장과 통합’에서 경제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습니다.
주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관문을 통과해 공정위를 이끌게 되면 재벌과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규율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주 후보자는 지난 4월 언론 기고에서 “한국 자본주의는 여전히 재벌 대기업집단과 같은 경제 강자의 특권이 지배한다. 재벌가의 2세, 3세 경영의 특권 질서가 혁신적 중소 벤처기업의 기회를 박탈한다”며 “불공정한 시장 질서가 기업 간, 부문 간, 노동 간 격차를 키우고 인적, 제도적 역량을 훼손해 국가 경제의 기초체력을 잠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정위의 정책과 관련해 ‘전속고발권’ 폐지 소신도 드러낸 바 있습니다. 그는 지난 2021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징벌적 처벌의 부담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등 위법행위 자체를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전속고발권 폐지 등 과감한 개혁이 있어야 뿌리 깊은 기업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서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일각에서는 전속고발권 활용에 소극적인 공정위를 두고 대기업에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앞서 이 대통령이 지난 6월 공정위에 대한 인력 충원 지시를 내리는 등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위에 힘을 싣고 상황에서 공정위의 역할과 위상이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재계는 일단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공정위발 강경 규제 강화 가능성에 부담감을 느끼는 등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전체적인 국정 기조가 성장에 맞춰져 있어 주 후보자가 이에 맞춰 잘 해 주시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도 “규제 강화 등 변화는 모든 기업들에 부담이 되므로 소통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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