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검찰 지휘부는 대장동 1심 선고에 대해 '항소 포기' 결정하고서도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양새입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검찰 내 반발이 계속되자 9일 오후 '법무부의 의견을 참고하고,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내린 결정'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은 중간자 위치였다는 겁니다. 반면 정진우 중앙지검장은 같은날 "중앙지검의 의견은 달랐다"며 대검에 책임을 미루는 꼴입니다.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가 '네 탓 내 탓' 공방만 하는 겁니다. 항소 포기 사태가 진정은커녕 악화되는 상황입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 대행은 10일 오전 서울 대검 청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 장·차관으로부터 (대장동 1심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다음에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앞서 지난 7일 검찰은 대장동 개발 비리 1심 선고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8일 새벽 이 사건 수사·공판 검사들은 입장문을 내고 '검찰 지휘부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상의 항명입니다. 후폭풍은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윗선 개입론'까지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정작 검찰 지휘부는 책임 회피를 택했습니다. 정진우 지검장은 8일 낮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연가를 쓰고 중앙지검을 출근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상황이 묘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우선 노 대행은 9일 오후 "대장동 사건은 일선 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정 지검장은 9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노 대행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그는 "대검의 지시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했습니다. 검찰 지휘부 간 입장이 엇갈린 겁니다.
결국 검찰총장 대행과 중앙지검장의 네 탓 내 탓 공방 속에서 법무부 장관이 대국민 해명을 하는 촌극이 벌어졌습니다. 정성호 장관은 10일 오전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 관련해서는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 구형량보다 1심 판결 선고량이 더 많이 나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1심 양형이 충분했기 때문에 이 사건을 계속 (항소해서) 가져간다고 하는 게 큰 도움이 될 것이냐 하는 그런 판단이 있었다"면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합리적으로 잘 판단했으면 좋겠다'라는 뜻만 전달했다"고 했습니다.
현재 검찰 내부에선 검사장부터 평검사까지 노 대행에 해명과 사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법연수원 39기 이하 대검 소속 검찰연구관 10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항소 포기 결정은 검찰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인 공소유지 의무를 스스로 포기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에 거취 표명을 포함한 합당한 책임을 다하시기를 요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담미 안양지청장, 임일수 성남지청장 등 지청장 8명도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 경위에 대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의 납득할 만한 설명과 지위에 걸맞은 자세를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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