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차장·중앙지검장 '공백'…검찰개혁 '기로'
'총장 대행'의 대행 사태…2009년 이후 16년 만
차순길 대검 기획조정부장, 총장 대행 맡을 예정
'불씨'는 계속…검찰 내 "항소 포기 결정 밝혀야"
'검찰청 폐지' 앞두고 지휘부 공백 우려 목소리도
정부 검찰개혁 성공하려면 '인적쇄신 해야" 주장도
2025-11-13 16:51:30 2025-11-14 13:21:30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찰총장·서울중앙지검장·대검 차장 자리가 모두 비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검찰의 대장동 1심 선고 '항소 포기' 여파로 검찰 리더십에 공백이 생긴 겁니다. 차순길 기획조정부장이 '총장 대행'의 대행을 맡기로 했지만, 울며 겨자 먹기입니다. 검찰개혁을 앞두고 조직 전체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검찰 지휘부 부재에 따른 혼란은 당분간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이재명정부의 검찰개혁도 갈림길에 섰습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노만석 대행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차순길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총장 대행을 맡게 될 예정입니다.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이 동시에 사퇴한 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처음입니다.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은 노 전 대통령 죽음에 책임을 진다며 물러났고, 이후 총장 대행을 맡았던 문성우 대검 차장까지 퇴임하면서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이 동시에 비는 사태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중앙지검장을 포함해 검찰 주요 지휘부가 동시에 빈자리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노 대행의 사퇴까지 불러온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7일 검찰 지휘부의 대장동 1심 선고 항소 포기 결정입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 검사들은 1심 재판부가 김만배씨(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에 대한 판결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점 등에 관해서는 항소, 항소심에서 추가로 다퉈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검찰 지휘부는 항소장 제출 마지막 날인 7일 밤 12시를 불과 7분 남겨둔 시점에서 항소 포기를 결정하고 '항소 금지'를 지시해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대장동 수사·공판 검사들은 8일 새벽 입장문을 내고 검찰 지휘부의 지시를 '부당한 지시'라고 규정하며 사실상의 항명을 했습니다. 급기야 이날 오전 정진우 중앙지검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이후에도 논란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박재억 수원지검장과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은 10일 성명서를 내고 노 대행에 '항소 포기' 과정을 설명하라고 압박했습니다. 대검 검찰연구관들도 그날 의견서를 내고 노 대행에 거취 표명을 요구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법무부 외압설까지 제기됐습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노 대행도 12일 오후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일선 검사들의 항명과 검사장들의 집단 성명,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대행의 사퇴는 '검란(檢亂)'이라는 말까지 붙을 정도로 검찰 조직을 뒤흔들었습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른 검찰청 폐지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검란은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새 정부에 대한 내재된 반감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입니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의 역할을 설정하는 등 검찰개혁 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로 법조계에선 한밤의 검란이 표면적으로는 항소 포기 결정의 절차적 과정을 문제 삼고 있지만, 실상은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대한 반발에 가깝다는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노 대행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해서 검란의 불씨가 다 꺼진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장검사는 "항소 포기와 관련해 노만석 대행에게 책임을 물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왜 이렇게 됐는지 알고 싶은 것"이라며 "총장 대행이 사퇴한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항소 포기라는 의사결정을 한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말했는지 시간 단위로까지 다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 대행과 정 지검장의 항소 포기에 이르게 만든 이유, 즉 법무부의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검찰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노 대행은 이미 검찰 내부 신뢰를 잃은 만큼 사의 표명이 불가피했다는 입장도 있지만, 내년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둔 상황에선 부적절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앞두고 검찰 조직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할 소통 창구가 없어졌다는 겁니다. 그간 대검은 노 대행의 지휘 아래 '검찰제도개편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보완수사권 유지 등 검찰개혁의 주요 쟁점에 관해 내부구성원 의견을 취합하고 법무부와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길에서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결국 이재명정부의 검찰개혁 성패는 검란에 따른 혼란을 어떻게 수습하는지에 달린 걸로 보입니다. 검찰 내부 혼란을 수습하고 검찰개혁을 추진해 나갈 인사들로 지휘부를 구성하는 게 더욱 중요해진 겁니다. 검찰개혁에 성공하려면 빠르게 인적쇄신을 해야 한다는, 이번에 검란을 주도한 인사들을 일벌백계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이런 맥락입니다. 
 
한 검찰 고위간부는 "인사 참사가 초기에 드러나 다행"이라며 "빨리 후속 인사를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도 "윤석열 검찰총장 때, 윤석열정부 때 검찰권을 오·남용한 사람들을 제거하지 않고 내버려뒀기 때문에 지금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검사징계법을 폐지하고 이번 집단행동에 가담한 사람들을 엄정하게 조사하든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이재명정부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검찰총장을 임명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갈립니다. 이재명정부는 심우정 전 총장이 7월2일 사퇴한 이후 현재까지 총장을 임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11월13일 기준으로 검찰총장 공석 134일째입니다. 역대 최장기간 공석 상태인 겁니다. 윤석열정부 때 이원석 검찰총장을 임명하기까지 걸린 133일보다 더 깁니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총장을 빨리 임명하길 바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노 대행과 정 지검장이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에 앞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은 검찰 지휘부가 부재했기 때문이라는 내부 평가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검찰총장을 임명할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습니다. 검찰개혁에서 일선 검사들의 반발을 줄이려면 검사들의 구심점이 될 지휘부가 없는 편이 더 낮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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