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올해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성장 눈높이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당초 내수 부진 장기화에 0%대 저성장이 예상됐지만, 새 정부 출범 후 민간소비 개선 등 내수 회복에 힘입어 1%대 성장 전망까지 나오는 추세입니다.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내년 경제를 바라보는 눈높이도 높아졌습니다.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은 미국 관세 인상 등의 영향으로 수출은 둔화하지만, 내수 회복세를 바탕으로 올해보다 두 배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입니다. 다만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는 소폭 상향하는 흐름이지만, 여전히 3% 내외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내수 회복'이 성장 견인…내년 성장률 두 배 '껑충'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2025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에서 0.1%포인트 상향한 0.9%로 제시했습니다. 앞서 KDI는 지난 8월 전망에서 건설업 부진과 미국 관세 인상, 수출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올해 성장률이 0.8%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KDI는 5월과 11월 각각 상·하반기 경제전망을, 2월과 8월에는 경제 상황 변화를 반영한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합니다.
KDI가 이번 전망에서 성장률을 소폭 상향한 배경에는 반도체 수출 증가세와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정책 효과에 따른 소비 회복세가 반영됐습니다. 정규철 KDI 경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성장세가 확대돼 경기가 완만하게 개선되는 모습"이라며 "올해 예상보다 반도체 경기가 훨씬 좋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경기가 나빴다가 하반기 들어 부진 폭이 줄어드는 국면"이라고 진단했습니다.
KDI는 내수 회복세에 힘입어 내년 우리 경제는 올해보다 두 배 수준으로 확대, 1.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8월 전망치 1.6%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입니다. 정 연구부장은 "내년에는 반도체 경기가 더 좋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도 예산안이 확장적으로 편성된 것도 내년도 성장률 상향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민간소비는 올해 시장금리 하락과 소비쿠폰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크게 개선되면서 연간 1.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내년에는 1.6%로, 올해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관련 투자 수요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올해 2.5%, 내년 2.0%로 완만한 증가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건설투자는 올해 -9.1%의 큰 폭 감소에서 내년 2.2% 증가로 전환, 일부 완화할 것으로 봤습니다.
다만 올해 예상보다 견조했던 수출은 내년 한국 경제의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짚었습니다. KDI는 미 관세 인상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총수출(물량) 기준이 올해(4.1%)보다 낮은 1.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내년 상반기(2.7%) 이후 하반기엔 -0.2%로 마이너스 전환할 것으로 봤습니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고율 관세는 여전히 세계 무역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영향이 나타나는 시기가 뒤로 미뤄진 것이지, 위험이 아예 없어졌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소비 회복'에 낙관적 시각…'통상 불확실성' 위험 요인
내년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시각은 대체로 낙관적입니다. 올해 1% 안팎의 성장 회복을 이뤄 2% 안팎의 성장에 진입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입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1.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로 각각 전망했습니다. 또 한국은행은 1.6%, 한국금융연구원은 2.1%로 각각 내다봤습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이 바라보는 내년 한국 경제도 긍정적입니다. 주요 IB 8곳이 제시한 한국의 내년 성장률은 10월 말 기준 평균 1.9%로 집계됐는데, 씨티가 기존 1.6%에서 2.2%로 전망치를 대폭 높이면서 평균치가 9월 말(1.8%) 기준보다 0.1%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씨티를 비롯해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나란히 2.2% 성장을 전망했고, 노무라는 1.9%, UBS는 1.8%, 바클리는 1.7%, 뱅크오브아메리카 1.6% 등이었습니다.
국내외 기관들이 내년 우리 경제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배경에도 소비 회복과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견조한 수출 호조세가 주효했습니다. 다만 내년에도 통상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은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김 전망총괄은 "한·미 무역 협정 진전과 미·중 무역 긴장 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요 수출 품목에 적용되는 관세율과 적용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내년 세계경제는 3% 내외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날 '2026년 세계경제 전망'을 통해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0%로 내다봤습니다. 지난 5월 전망치(2.9%)와 비교하면 소폭 상향 조정한 것입니다. KDI는 내년 세계경제가 높은 통상 불확실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교역 위축으로 3.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왼쪽)과 정규철 KDI 경제·금융정책연구부장이 '2025년 하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KDI)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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