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서 '음주운전'…형사처벌 가능, 면허취소 불가
대법 "아파트 단지 안 주차장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다"
2025-11-17 13:26:05 2025-11-17 14:02:51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최근 대법원은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서 음주운전을 했더라도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아파트 단지 안 주차장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라는 겁니다. 
 
A씨는 지난 2023년 6월쯤 술을 마신 상태로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서 150m가량 차량을 운전했습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로, 면허취소 기준인 0.08%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경찰은 A씨의 운전면허를 취소했습니다, 그러자 A씨는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므로 그곳에서 운전한 행위는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경기북부경찰청을 상대로 운전면허 취소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은 경찰이 A씨의 운전면허를 취소한 행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운전면허 취소는 도로교통법상 도로에서 운전한 경우로 한정되고, 도로 이외의 곳에서 운전한 경우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은 규모와 형태, 차단 시설 설치 여부, 경비원 등에 의한 출입 통제 여부 등을 고려해 도로교통법이 정한 도로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A씨가 술에 취해 차량을 운전한 아파트 단지는 외부 도로와 명확히 구분돼 있는 점이나 단지 내 길에 주차 구획선이 그어진 점 등을 볼 때 자동차 주차를 위한 통로에 불과하고, 경비원이 수시로 점검하며 외부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는 점을 고려하면 불특정 다수가 통행할 수 있는 공개된 장소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대법원도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심리불속행 기각판결(민사소송, 가사소송, 행정소송의 상고사건에서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정한 사유가 없으면 심리하지 않고 판결로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1호는 ‘도로’를 △도로법에 따른 도로 △유료도로법에 따른 유료도로 △농어촌도로 정비법에 따른 농어촌도로 △그 밖에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로 정의합니다. 대법원은 일반교통에 사용되는 도로를 현실적으로 불특정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로서 교통질서 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는 곳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같은 조 제26호는 ‘운전’이란 도로(제27조 제6항 제3호·제44조·제45조·제54조 제1항·제148조·제148조의2 및 제156조 제10호의 경우에는 도로 외의 곳을 포함한다)에서 차마 또는 노면전차를 그 본래의 사용 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조종 또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한다)을 말한다고 정의합니다. 따라서 위 괄호 안에 포함된 규정을 제외하고는 도로 외의 곳에서 차량을 몰아도 도로교통법상 운전에는 해당하지 않게 됩니다. 만약 위 사안과 같이 관리되는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서 운전면허 없이 운전하더라도 무면허 운전으로 처벌받지는 않는 겁니다. 
 
도로교통법 제44조는 음주운전을 금지하고 있는데,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 노면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정합니다. 음주운전을 했다면 그 장소에 상관없이 같은 법 제148조의2에 정한 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음주운전을 하면 형사처벌과 별개로 행정제재 처분으로서 운전면허 취소나 정지 처분을 받게 되는데, 그 근거 규정은 도로교통법 제93조입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의 상태에서 운전했다면 운전면허 취소 처분이 내려집니다. 
 
하지만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가 행정제재 처분의 근거 규정인 도로교통법 제93조를 도로 외의 곳을 포함하는 예외 조항으로 포함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과 같이 불특정 다수를 위해 공개된 장소로 일반 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 있는 곳이라고 보기 힘든 곳에서는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한 사실이 적발되더라도 행정제재 처분인 운전면허의 취소나 정지 처분을 부과할 수 없는 겁니다. 
 
도로교통법상 운전의 정의에 관한 조항은 2010년 지금과 같은 내용으로 개정됐습니다. 개정을 하면서 행정제재 처분의 근거 규정인 도로교통법 제93조를 제2조 제26호의 예외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 단순한 입법상 실수인지 정책적 고려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형사처벌과 행정제재의 결론이 다른 대법원의 판단은 일반적인 상식에 부합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대법원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운전면허 취소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는지 판단할 때 운전면허의 취소로 인해 입게 될 당사자의 불이익보다는 이를 방지해야 하는 일반예방적 측면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고 봅니다. 교통상황이 날로 혼잡해짐에 따라 교통법규를 엄격히 지켜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빈번하고 그 결과가 참혹한 경우가 많아 대다수의 선량한 운전자 및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음주운전을 엄격하게 단속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방지할 공익상의 필요는 더욱 중시돼야 한다는 겁니다. 
 
다만 이러한 법해석에 따르더라도 음주운전을 방지하기 위한 실효적 수단으로서 운전면허의 정지 및 취소라는 행정제재 처분이 제대로 부과될 수 있도록 입법적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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